GS그룹 성장 토대 만든 허창수, '재계 어른'으로 새 역할

입력 2019-12-03 13:00  

GS그룹 성장 토대 만든 허창수, '재계 어른'으로 새 역할
GS그룹 명예회장·GS건설 회장 맡으며 전경련 회장으로 활동

(서울=연합뉴스) 최윤정 기자 = 허창수 GS그룹 회장이 미래 혁신을 주도할 다음 세대에게 자리를 내주고 재계 어른으로서 새 역할을 맡는다.
3일 GS[078930]에 따르면 허창수 회장은 그동안 소임을 다 했으며, 이제는 혁신적 신기술 발전에 따른 변화에서 새로운 활로를 찾아야할 때라고 판단했다며 용퇴를 선언했다.
허창수 회장은 GS그룹 명예회장으로 물러나고 GS건설[006360] 회장과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으로 활동할 예정이다.
후임으로는 GS홈쇼핑[028150] 성장을 주도하고 디지털 혁신과 스타트업과 협력 등을 통해 새로운 사업환경에 발빠르게 대응해온 허태수 GS홈쇼핑 부회장이 추대됐다.

◇허씨 가문 대표로 故 구본무 회장과 글로벌 LG 도약에 기여
허창수 회장은 GS 창업주인 고 허만정 선생의 3남인 허준구 명에회장의 장남이다. 허태수 회장은 5남이다.
1948년 경남 진주시 지수면에서 태어났으며 1977년 LG그룹 기획조정실 인사과장으로 입사해 경영에 첫 발을 내디뎠다.
LG상사[001120], LG화학[051910] 등 계열사에서 인사, 기획, 해외 영업·관리 업무 등을 거치며 실무 경험을 쌓았고 LG전선 회장과 LG건설(현 GS건설) 회장을 역임했다.
앞으로 드러나지 않게 충실히 맡은 바를 하면서 故 구본무 회장과 함께 원만하게 동업체제를 유지하고 LG가 글로벌 기업으로 올라 설 수 있도록 이끌었다.


◇아름다운 이별 후 GS그룹을 자산 63조로 키워내
허 회장은 2004년 LG 구씨 일가와 잡음 없이 동업관계를 정리하면서 신선한 충격을 줬다.
2005년 3월엔 GS그룹 첫 대표이사로 취임해 지금까지 15년간 안정적인 성장 기반을 마련하는 데 힘썼다.
대주주를 대표하면서 출자를 전담하는 지주회사인 ㈜GS의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 회장으로서 출자 포트폴리오 관리와 사업자회사 성과관리 등을 했다.
모든 의사 결정이 이사회에서 이뤄지는 이사회 중심의 자율경영과 전문경영인 중심의 책임경영도 실천해서 지주회사를 체제를 정립했다.
그 결과 출범 당시 매출액 23조원, 자산 18조원, 계열사 15개 규모에서 2018년 말 기준 매출액 68조원, 자산 63조원, 계열사 64개 규모로 3배 이상 성장시켰다.
허 회장은 에너지·유통서비스·건설 3대 핵심사업 분야에서 확고한 경쟁력 구축하는 데 집중했다.
2012년엔 에너지 중심 사업형 지주회사인 GS에너지를 출범시키고 신재생에너지, 대체에너지 등 에너지 관련 신규 성장사업을 적극 육성하며 에너지와 석유화학사업 다각화, 균형성장을 도모했다.
유통 사업에선 금융위기 당시 GS리테일[007070]은 백화점과 마트 부문을 매각하고 편의점과 슈퍼는 경쟁력을 강화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사용했다. GS홈쇼핑은 해외 6개국에 진출하고 국내외 유망 스타트업 등에 투자하며 미래 성장동력을 찾았다.
GS건설은 아파트 브랜드 '자이(Xi)'가 성공적으로 안착했으며 지난해에는 창사 이래 최고 실적을 냈다.

허 회장은 안으로는 내실 경영을 하면서 밖으론 과감한 인수합병(M&A)에 나섰다.
2009년 5월 ㈜쌍용 지분을 인수해 현재의 GS글로벌[001250]을 만들고 그룹의 해외사업 역량을 키우는 계기를 마련했다.
2013년 12월에는 STX에너지를 인수해 풍력 발전 및 신재생 에너지 기업 GS E&R로 바꿨다.
2008년 대우조선 인수전에서는 전격적으로 포기를 선언하기도 했다. 너무 보수적이라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해운업황 부진을 전망하며 발을 뺐다.

◇ 전경련 회장으로 '궂은 일' 맡아…소탈한 성격에 기부도 활발
허창수 회장은 2011년 전국경제인연합회 제33대 회장으로 취임했다. 반년 넘게 후임자를 찾지 못해 비상체제로 운영되던 전경련에서 궂은 일을 맡기로 한 것이다.
올해 2월 4번째 연임하면서 2021년까지 자리를 지키기로 했다. 재계 '맏형'으로서 어려움에 처한 전경련을 외면하지 못해서 주변 만류에도 불구하고 결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허 회장은 외교적 긴장이 형성되거나 한국 기업들의 사업에 어려움이 예상될 때는 재계 회의를 성사시키고 미국 의회에 촉구서한을 보내는 등 전경련을 통해 민간 외교전을 펼쳤다.
허 회장은 남은 임기에 전경련이 민간 경제외교단체와 싱크탱크로서 탈바꿈하도록 전력을 쏟는다는 각오다.
그는 평소 존경받는 기업이 되기 위해 사회적 책임을 다 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2007년 1월 남촌재단 창립 이사회 자리에서 매년 GS건설 주식 등 사재를 출연해 재단 규모를 500억원 이상으로 키우겠다고 약속하고 꾸준히 총 75만6천160주, 약 443억원 규모의 GS건설 주식을 기부했다.
이제 재계 어른으로 역할에 집중하게 되는 허 회장은 소탈하고 예의있는 품성으로 알려졌다.
의전 인력을 우루루 데리고 다니기를 꺼리고 매일 새벽 조깅과 걷기 등을 하며 자기 관리를 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겨울에 국제 행사 참석을 위해 차량으로 여의도에 진입하다가 교통체증으로 늦어지자 마포대교에서부터 걸어서 전경련 회관까지 갔다는 일화도 있다.
신문 잡지를 보며 새로운 정보를 얻는 데 관심이 많고 첨단 IT 제품도 스스로 연구하는 '얼리 어답터'다.

merciel@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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