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 中 HNA 그룹, 8개 은행서 6천700억원 조달
HNA 그룹도 자금난 겪어 홍콩항공 회생 여부 불투명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시위 사태 장기화와 미·중 무역전쟁 등으로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홍콩 3위 항공사 홍콩항공이 대주주에게서 '긴급 수혈'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3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명보 등에 따르면 홍콩 정부는 전날 심각한 자금난을 겪는 홍콩항공에 '최후통첩'을 보내 오는 7일까지 자본을 확충하거나 새로운 투자자를 확보할 것을 요구했다.
홍콩항공이 이에 실패할 경우 홍콩 정부는 이 회사의 영업허가를 중단하거나 취소할 방침이다.
이에 홍콩항공의 대주주인 중국 하이항(海航·HNA) 그룹은 전날 밤 공시를 통해 중국은행, 중국공상은행, 건설은행, 농업은행 등 8개 은행에서 40억 위안(약 6천700억원)을 연 4.75% 금리로 조달했다고 밝혔다.
HNA 그룹은 "이번에 조달한 자금은 그룹 산하 항공사들의 항공유 조달, 직원 월급, 항공기 리스 비용 등에 쓰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홍콩항공이 영업허가 취소 위기에 몰린 만큼 이 조달자금 중 일부는 홍콩항공 구제에 쓰일 전망이다.
지난해부터 경영난을 겪어온 홍콩항공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올해 6월 초 시작된 송환법 반대 시위가 장기화하면서 홍콩을 찾는 관광객이 급감하자 경영이 더욱 악화했다.
이에 홍콩항공은 감원, 종업원 무급휴가, 근무시간 감축 등을 시행하고 운항 노선을 대폭 줄이는 등 구조조정을 단행했지만, 자금난은 이어지고 있다.
이달 들어서는 3천500여 명의 임직원에게 줘야 할 월급을 제때 지급하지 못했다. 최근에는 공급업체에 줘야 할 돈을 지급하지 못해 기내 엔터테인먼트 서비스마저 중단해야 했다.
2006년 설립된 홍콩항공은 주로 아시아, 북미 지역 운항 노선을 보유하고 있다.
이 회사가 파산하면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저비용 항공사 '오아시스홍콩'의 파산 이후 11년 만에 파산하는 홍콩 항공사가 된다.
하지만 대주주인 HNA 그룹의 자금 조달에도 불구하고 홍콩항공의 경영 개선이 이뤄질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HNA 그룹 자체가 문어발식 기업 인수 후유증으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어 홍콩항공에 대한 적절한 자금 지원이 가능할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기 때문이다. 이 그룹 소속 항공사는 24개에 달한다.
중국 지방 항공사로 출발한 HNA 그룹은 도이체방크 등 해외 기업에 대한 500억 달러(약 59조원) 규모의 공격적 인수·합병으로 사세를 키웠으나, 불투명한 지배구조와 고위층 유착 논란 등이 불거지면서 2017년부터 중국 당국의 감시망에 올랐다.
중국 당국이 은행 대출 등 돈줄을 죄자 HNA 그룹은 유동성 위기로 내몰렸고, 전 세계에 보유한 자산을 서둘러 매각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저가항공사 홍콩익스프레스를 49억 홍콩달러(약 7천400억원)에 캐세이퍼시픽항공에 매각했으며, 전날에도 중국 본토에 기반을 둔 저가항공사 서부항공(웨스트에어) 지분 70%를 금융회사에 매각했다.
하지만 이러한 구조조정에도 불구하고 HNA 그룹 계열사의 경영난은 계속되고 있어 지난 9월에는 HNA 그룹이 지분 49%를 가진 프랑스 저가 항공사 애글 아쥐르(Aigle Azur)가 파산하기도 했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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