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시장] 호찌민 빈디엔 도매시장

입력 2020-01-15 08:01  

[세계의 시장] 호찌민 빈디엔 도매시장

(호찌민=연합뉴스) 조보희 기자 = 호찌민 빈디엔 도매시장은 열대지방 사람들은 게으르다는 편견을 깨뜨리는 치열한 삶의 현장이다. 늦은 저녁에 개장해 아침까지 쉴 새 없이 이어지는 부지런한 베트남 상인들의 생활을 들여다봤다.



◇ 부지런한 베트남 상인들의 삶의 현장
베트남의 특징을 보여줄 만한 호찌민의 재래시장을 찾아 헤맨 끝에 가게 된 곳이 바로 빈디엔 도매시장이다.
이른 새벽 도심에서 택시를 타고 30분쯤 달려 도착한 빈디엔 시장은 호찌민에서 가장 큰 도매시장이다. 수산물동, 채소동, 과일동 등 여러 개의 대형 건물이 늘어서 있다.
가장 먼저 수산물동으로 향했다. 빈디엔 시장 유통 물량의 65%가 수산물이다. 입구부터 사람과 물건, 차량이 뒤섞여 혼잡하고 떠들썩한 데다 건물에서 나오는 환한 불빛과 어우러져 치열한 도시의 삶을 표현한 그림처럼 다가온다.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천장에서 눈이 부실 정도의 밝은 백열등 빛이 기둥처럼 쏟아진다. 잠들어 있는 바깥과는 다른 세상인 양 사람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짐이 가득한 손수레가 끊임없이 오가고 손님과 상인들의 흥정이 떠들썩하다.



조개류를 파는 가게는 소라, 고둥, 말조개, 대합 등 모양과 크기가 다양한 각종 조개를 진열해 놓고 있다.
오징어류를 파는 가게는 주꾸미, 꼴뚜기, 갑오징어, 오징어 등 비슷하지만 다르게 생긴 녀석들을 종류별로 펼쳐 놓고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비슷한 생선들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다.
가게마다 수북이 쌓인 생선을 골라내고 다듬는 상인들의 손길이 분주하다. 작업하는 사람 중에는 유난히 청년이 많이 눈에 띈다.
세계에서 경제활동인구가 가장 젊다는 베트남의 상황을 체감할 수 있다. 베트남은 35세 이하 인구 비중이 60.5%이고 평균 연령이 31세인 젊은 나라다.



가장 활기가 넘치는 곳은 새우를 파는 곳이다. 드럼통에서 펄쩍펄쩍 뛰는 싱싱한 새우를 입이 넓은 통으로 옮겨 담자 손님들이 몰려들어 사 가기에 바쁘다.
통은 순식간에 바닥을 드러냈다. 새우를 사가는 손님은 대부분 인근에서 음식점을 하는 상인들이다. 이들은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 배고픈 누군가에게 활력과 즐거움을 안겨줄 것이다.
식용 개구리를 파는 가게도 있다. 전날 고기를 파는 시내 식당에서 돼지고기와 함께 나온 개구리를 먹었다. 맛은 나쁘지 않았지만 뼈가 많고 익숙지 않은 맛과 모양 탓에 아주 조금 맛만 보았다.
직원들이 큰 통에 가득 담긴 개구리의 가죽을 벗기고 있었다. 가죽이 벗겨진 개구리가 산채로 앉아 눈을 깜박이고 있는 모습이 잔인해 보인다. 고통을 덜어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수산물동 한쪽 밖에는 더운 날씨에 생선의 신선도 유지를 위해 얼음을 공급하는 가게들이 모여 있다. 건장한 남자 직원들이 쉴 새 없이 큰 얼음덩어리를 쇄빙기에 밀어 넣어 눈 같은 얼음 가루를 만든 뒤 큰 소쿠리에 팥빙수처럼 수북이 쌓아놓는다.
주문이 들어오면 시장 통로를 쏜살같이 달려 배달해 준다. 찬 얼음을 만지면서도 이마의 땀은 마를 시간이 없는 듯 보였다. 한 직원이 팔뚝의 근육을 자랑하며 환하게 웃어 보인다.

◇ 열대과일의 현장 학습장



과일 동으로 들어가니 한결 평온한 분위기다. 가게마다 취급하는 전문 과일이 다르다. 어떤 집은 수박, 어떤 집은 용과나 두리안, 망고 등의 방식이다.
큰 과일은 바닥에 작은 과일은 소쿠리에 수북이 쌓아두고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처음 접하는 생소한 과일도 많아 온갖 열대과일의 현장 학습장 같다.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빨간 사과 같은 수입 과일도 눈에 띈다. 소매로도 살 수 있어 한국에서 비싼 열대과일을 싸게 사 먹는 재미가 쏠쏠했다.



채소동 건물 안으로 들어서면 가게마다 수북이 쌓인 채소를 소포장으로 분류하는 작업을 하느라 분주하다. 통로엔 운전석 앞뒤로 배달할 채소를 잔뜩 실은 오토바이가 수시로 오가고 있다.
밖으로 나오니 날이 밝아온다. 그런데 밤에는 보이지 않던 채소 노점들이 공터를 점령하고 있다. 건물 안 도매시장과는 또 다른 아침 시장이 활기를 더해준다.
예쁘게 다듬어 포장한 채소를 소복이 쌓아두고 기다리면 오토바이를 탄 손님들이 자루 채 사 핸들에 걸치고 지나간다.
도시락으로 아침을 먹는 상인에게 카메라를 갖다 대자 쑥스러워하면서도 웃음으로 받아준다. 상인들의 표정이 한결같이 밝고 정감이 넘친다.



물건을 산 상인들은 예외 없이 오토바이에 짐을 실어가는데, 저 많은 짐을 작은 오토바이에 어떻게 실을까 궁금해 한참을 지켜봤다.
먼저 큰 자루 두 개에 물건을 가득 담아 고정핀이 달린 막대기를 뒷자리에 얹어 양쪽으로 균형을 맞춰 매단다. 다음엔 뒷자리와 짐칸에 물건을 가득 쌓아 올려 고정하고 운전석 앞쪽에도 양쪽으로 균형을 맞춰 매달고 나니 웬만한 소형화물차가 부럽지 않다.
동틀 무렵이 되자 짐을 가득 실은 오토바이들이 줄지어 시장을 나선다. 시내로 들어가는 도로는 물건을 가득 실은 오토바이와 일터로 출근하는 오토바이 물결로 뒤덮였다.



빈디엔 시장은 저녁 8시에 개장해 아침 6시에 문을 닫는다.

※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20년 1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job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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