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신영 기자 = 의사 처방전 없이 구매할 수 있는 일반의약품과 안전상비약품에 점자 표시가 제대로 돼 있지 않아 시각장애인들이 오·남용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소비자원은 58개 의약품의 점자 표시실태를 조사한 결과 27.6%인 16개에만 점자 표시가 있었다고 4일 밝혔다.
조사대상 일반의약품 45개 중 73.3%인 33개가 점자 표시가 없었고 안전상비의약품은 13개 중 9개(69.2%)가 점자 표시가 없었다.
게다가 점자 표시가 돼 있는 의약품들도 가독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소비자원이 표시실태 조사에서 점자 표시가 있는 것으로 확인된 16개 의약품과 2017년 국립국어원의 점자표기 기초조사에서 확인된 16개 의약품 등 총 32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1개 의약품에 표기된 점자의 가독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관련 규정에서 제품명과 업체명, 사용설명서의 주요 내용 등을 점자로 표시하도록 권장하고 있지만 32개 중 23개 제품은 제품명만, 4개 제품은 제품명과 업체명만 표시했다.
5개 제품은 가독성이 낮아 제품명을 확인할 수 없었다.
반면 유럽연합은 2004년 의약품 외부 포장에 제품명을 점자로 표시하도록 의무화했고 미국은 의약품 포장 관련 산업 협회와 점자 단체가 협력해 2009년부터 점자 표시 가이드라인을 제정하고 관련 업계에 이를 보급하고 있다.
소비자원은 이번 조사 결과를 토대로 시각 장애인에게 보다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할 수 있도록 의약품 점자 표시 가이드라인 제정을 식품의약품안전처에 건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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