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러시아 '체첸반군 지도자 독일내 피살' 두고 갈등 예고

입력 2019-12-04 10:35  

독일-러시아 '체첸반군 지도자 독일내 피살' 두고 갈등 예고
베를린 시내 공원서 총격암살…독일, 러 정보기관 공작 의심
"국가안보 수사로 전환"…결과 따라 외교보복·제재 가능성도

(서울=연합뉴스) 김정선 기자 = 독일 검찰이 자국에서 발생한 전 체첸 반군 지도자 살해사건과 러시아와의 관련성을 고려하며 수사를 가속화하기로 해 러시아와 갈등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일(현지시간) 이번 사건에 정통한 관리를 인용해 독일 검찰이 지난 8월 발생한 젤림칸 칸고슈빌리(40) 살해사건에 러시아가 관련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조지아(러시아명 그루지야) 국적의 칸고슈빌리는 베를린 시내 한 공원에서 인근 이슬람 사원으로 가던 중 총격을 받아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과거 체첸 무장봉기 당시 러시아에 저항한 반군 지도자로 밝혀졌으며, 독일 경찰은 권총과 소음기를 버린 뒤 전동 스쿠터를 타고 현장을 떠나려던 러시아 국적의 남성 1명을 체포했다.
사건 직후 미국 관리들과 언론에선 러시아 배후설을 제기했지만, 독일 검찰은 일반 범죄 사건으로 수사해 왔다.
WSJ은 조사가 이르면 4일 베를린 검찰에서 국가 안보를 다루는 연방 검찰로 넘어갈 것이라고 전했다.
독일 연방범죄수사청(BKA), 연방정보부(BND)도 이번 조사를 도운 것으로 알려졌다.
체포된 러시아 국적의 남성은 주독 러시아 대사관 소속 외교관 2명과 한 차례 면회도 했다.
독일 언론은 이 남성이 1965년생인 바딤 니콜라에비치 크라시코프로, 2013년 발생한 러시아 기업가 살해 사건으로 러시아에서도 수사를 받았다고 전했다.
이번 사건의 수법과 비슷하게 러시아 기업가는 자전거를 타고 자신에게 접근하던 남성의 총격을 받았다.
다음해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 체포영장이 발부됐지만 이미 남성이 출국한 후로 전해졌고, 수사는 2015년 종결됐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독일 언론을 인용해 법의학 전문가들이 이번 사건의 암살범을 크라시코프로 확인함에 따라 서남부 도시 칼스루에 검찰이 조사를 펼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독일 검찰은 러시아 정보기관이 이번 사건의 배후에 있는 것으로 의심한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독일은 2014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내분 무력 개입 및 크림반도 강제 병합 이후 유럽 내 대(對)러시아 제재의 선봉에 섰지만, 에너지 분야에선 협력관계에 있다.
독일 정부 관리는 검찰이 정치적 개입 없이 움직이고 있다고 밝혔다.
WSJ은 이번 사건의 중심이 러시아 정부를 향함에 따라 독일 정부가 외교적 보복 또는 다른 제재 조치를 취하는 상황에 이를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러시아 측은 이번 보도와 관련해 구체적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러시아 당국은 사건과의 관련성을 부인한 바 있다.
앞서 지난해 영국에선 전직 러시아 스파이 독살 기도 사건이 벌어졌다. 신경안정제 노비촉에 동원된 이 사건을 계기로 서방 국가들은 러시아 외교관 100여명을 추방했다.
당시 영국 정부는 러시아군 정보기관인 정찰총국(GRU)을 배후로 지목했다.
js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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