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무부 "러시아 당국, 살인사건 협조안해"…독-러 간 관계경색 예고
(베를린=연합뉴스) 이광빈 특파원 = 독일 정부가 자국에서 발생한 전 체첸 반군 지도자 살해 사건과 관련해 주독 러시아 대사관 직원 신분인 러시아 정보원 2명을 추방 조처했다고 슈피겔온라인이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외교상 기피 인물'(페르소나 논 그라타)로 지정된 러시아 정보요원 2명은 7일 내로 독일을 떠나야 한다.
독일 외무부는 러시아 당국이 이번 살인 사건 조사에 협조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같이 조처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는 지난 8월 발생한 조지아(러시아명 그루지야) 국적의 젤림칸 칸고슈빌리(40) 살해 사건의 배후라는 의혹을 받아왔다.
칸고슈빌리는 베를린 시내 공원인 티어가르텐에서 인근 이슬람 사원으로 가던 중 총격을 받아 숨진 채 발견됐다.
독일 경찰은 권총과 소음기를 버린 뒤 전동 스쿠터를 타고 현장을 벗어나려던 러시아 국적의 남성 1명을 체포하고 조사 중이다.
칸고슈빌리는 과거 체첸 무장봉기 당시 러시아에 저항한 반군 지도자로 밝혀졌다.
이번 사건을 수사 중인 베를린주(州) 검찰은 러시아 당국이 연루됐다는 혐의를 잡은 뒤 이날 국가 안보 문제를 다루는 연방 검찰로 사건을 넘겼다.
러시아는 이번 사건과의 연관성을 부인해왔다.
독일 당국의 이번 조처에 따라 독일과 러시아 간의 관계는 경색될 것으로 보인다.
독일은 2014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내분 무력 개입 및 크림반도 강제 병합 이후 유럽연합(EU)의 대(對)러시아 경제제재에 동참해왔다.
다만, 미국의 반발 속에서도 러시아와의 천연가스관 연결사업인 '노르트 스트림 2'를 진행하는 등 일정 부분 협력 관계를 유지해왔다.
대연정 소수파로 중도진보 성향의 사회민주당 내부에서도 러시아가 안보를 위협하지만 전략적으로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상당하다.
앞서 지난해 영국에선 전직 러시아 스파이에 대한 독살 기도 사건이 발생했고, 영국 당국은 러시아 정보기관인 정찰총국(GRU)을 배후로 지목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서방 국가들은 러시아 외교관 100여명을 추방했다.
lkb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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