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도 합작사 리드 속 한국 업체 두각…중국, '대공세' 준비
(아난타푸르[인도]=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세계 4위 규모를 자랑하는 인도 자동차 시장이 지각변동 조짐을 보인다.
최근 극심한 자동차 시장 침체로 인해 제조업체 간 명암이 갈리는 가운데 강력한 도전자들이 줄줄이 입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도 자동차 시장은 그간 일본-인도 합작사 마루티-스즈키가 50%가량 점유한 가운데 현대차가 10% 중후반의 점유율로 2위를 달리는 형국이었다.
그 뒤로 마힌드라, 타타 등 인도 업체와 혼다, 도요타 등 일본 회사가 포진했다.
그런데 현지 자동차 시장 부진이 1년가량 이어지면서 판도에 균열이 생겼다.
마힌드라, 타타의 점유율이 각각 6∼7%에서 3∼5% 수준으로 떨어졌다.
실제로 마힌드라와 타타의 11월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5.1%, 43.1%나 줄었다.
과거 4∼5%씩 시장을 차지했던 도요타와 혼다의 점유율도 11월의 경우 2∼3% 수준으로 감소했다.
반면 마루티-스즈키는 같은 달 52.8%의 점유율을 유지했고, 현대차도 16.9%를 기록하며 제자리를 지켜냈다.
현대차는 지난 8월 점유율이 19.4%까지 오르는 등 시장 부진 속에서도 선전하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달에도 다른 대부분의 제조업체와 달리 판매량이 2% 증가했다.
특히 최근 인도 차 시장 판도를 흔든 업체는 기아차다.
지난 8월 22일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셀토스 출시로 인도 시장에 본격 진출한 기아차는 11월 시장 점유율 5.3%(1만4천5대)를 달성하는 데 성공했다.
판매 업체 순위 4위로 3위 마힌드라와 격차는 불과 182대에 불과할 정도로 돌풍을 이어가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점유율을 합하면 22.2%나 된다.
다른 업체가 고전하는 사이 한국 업체가 시장 내 영향력을 크게 확대한 것이다.
다만, 한국업체로서는 인도 시장의 강력한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중국 업체가 '대공세'를 준비하고 있다는 점이 고민거리다.
중국 자동차의 현지 시장 점유율은 아직 미미한 상태지만 스마트폰처럼 가격 경쟁력과 물량 공세를 펼칠 경우 시장 판도가 순식간에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업계와 현지 매체 등을 종합하면 최소 6개사 이상의 중국 완성차 업체가 향후 3∼5년간 인도 시장에 50억달러(약 5조9천700억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중국 업체는 신규 공장 건설은 물론 인도 기업과 합작, 기존 공장 인수 등 다양한 시장 공략 수단을 총동원하는 모양새다.
상하이자동차(SAIC) 소유의 MG모터는 이미 진출에 성공했다. MG모터는 구자라트주 공장에 이어 제2공장 건립을 추진 중이다.
중국 최대 전기차 생산업체인 비야디(BYD)를 비롯해 창청자동차(GWM), 창안자동차, 포톤자동차, 시노트럭, 지리자동차, 체리자동차 등도 인도 시장 진출을 서두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자동차 업체가 인도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면 현지 시장의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몇 년 뒤면 중국 자동차가 인도 시장을 상당히 장악할 것으로 보인다"며 "인도 시장은 이제 마루티-스즈키를 중심으로 한 일본 업체, 현대차와 기아차 등 한국 업체, 중국 업체로 크게 삼분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코노믹타임스에 따르면 인도 자동차 산업 시장 규모는 2018년 기준 660만대로 10년 만에 2배로 급증했다.
인도는 2017년 독일을 제치고 세계 4위 시장으로 도약했으며 오는 2020년에는 일본마저 제치고 중국, 미국에 이어 세계 3위에 올라설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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