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상소위원, 상소기구 사무국장의 '중립성' 공격
상소기구, 상소위원 부족으로 10일 사실상 기능 마비 위기
(제네바=연합뉴스) 임은진 특파원 = 세계무역기구(WTO) 무역 분쟁 해결 절차의 최종심 역할을 하는 상소 기구가 내홍을 겪고 있다.
4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내홍의 발단은 현재 활동 중인 WTO 상소위원 3명 중 한 명인 미국 출신의 토머스 그레이엄이 베르너 츠도우크 상소 기구 사무국장에 대한 불만을 제기하면서 비롯됐다.
그레이엄 위원은 최근 몇 주 동안 오스트리아 출신의 츠도우크 사무국장이 중립적이지 못하다고 주장해왔다.
츠도우크 사무국장이 상소위원들을 상대로 로비를 하려고 하고 내부 논의도 자신의 입맛에 맞게 주도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츠도우크 사무국장이 사임하지 않을 경우 자신이 상소위원직을 그만두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남은 2명의 상소위원인 인도 출신의 우잘 싱 바티아와 중국 출신의 홍자오, 지난해 임기를 마친 시리 바부 체키탄 세르반싱 전 상소위원 등 3명은 츠도우크 사무국장을 옹호하며 그레이엄과 대립각을 세웠다.
이들은 지난 3일 호베르투 아제베두 WTO 사무총장과 데이비드 워커 WTO 분쟁해결기구(DSB) 의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츠도우크 사무국장을 전적으로 신뢰한다고 밝혔다.
상소위원 간 '편 가르기' 상황이 빚어진 것이다.
이 같은 내분은 상소 기구가 조만간 '개점 휴업' 상태를 맞게 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불거져 WTO의 위기가 점점 더 심화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우려했다.
상소 기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상소위원 선임에 보이콧을 선언하면서 오는 10일 기능이 사실상 마비될 위기에 처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다자간 기구인 WTO를 통한 무역 분쟁 해소보다 관세 부과 등 미국의 우월적 지위를 활용한 일대일 해결책을 선호해왔다.
특히 '무역 전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이 WTO에서 개도국 지위를 활용해 여러 혜택을 받아왔다며 WTO에 대한 불만을 강하게 제기, 상소위원 선임에 보이콧하면서 상소 기구의 무력화를 시도해왔다.
본래 상소 기구는 7명의 위원으로 구성되는데 미국의 보이콧으로 공석이 하나둘씩 늘어나 현재는 인도, 미국, 중국 출신의 위원 3명만 남았다.
상소 기구는 위원 3명이 한 건을 심리하는데 이 중 미국의 그레이엄과 인도의 바티아 위원의 임기가 오는 10일 만료된다.
이에 따라 이날 이후부터는 상소위원이 한 명만 남아 상소 기구의 기능이 정지될 가능성이 농후해 그간 국제적인 무역 분쟁의 중재자 역할을 해온 WTO는 출범 24년 만에 큰 위기를 눈앞에 두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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