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가 대다수…WHO "예방접종 모두의 권리 돼야"
(서울=연합뉴스) 이영섭 기자 = 간단한 예방접종으로 피할 수 있는 홍역 때문에 작년에 무려 14만여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5일(현지시간) 발간한 공동 보고서 '전 세계 홍역 퇴치를 향한 진전, 2000∼2018'을 통해 전 세계적으로 작년에 홍역 발병이 급증했다며 이 같은 추산치를 밝혔다. 사망자 대다수는 5세 미만의 어린이인 것으로 집계됐다.
작년 사망자의 전체 규모인 14만2천300명은 2017년 약 12만4천명보다 약 1만8천명 이상 늘어난 수치다.
홍역은 한번 걸리면 면역 체계를 약화해 길게는 수년간 몸이 독감 등 다른 질병에 취약해진다.
특히 홍역에 걸린 어린이들은 폐렴, 뇌염, 영구적인 두뇌손상, 시력 상실 등 합병증에 시달릴 수 있다.
그러나 홍역은 홍역 균이 포함된 백신을 두 차례 접종하기만 하면 예방할 수 있는 질환이기도 하다.
전 세계 홍역 발생률 증가는 따라서 백신 접종이 충분하게 이뤄지지 않음을 시사한다.
아프리카 사하라 이남 국가 등 가난한 지역이 홍역으로 인한 타격을 가장 심하게 입은 것은 이런 이유로 풀이된다.
보고서에 따르면 민주콩고, 라이베리아, 마다가스카르, 소말리아, 동유럽 우크라이나가 전 세계 발병 건수의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그러나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서도 홍역 발병 건수가 눈에 띄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미국에서는 홍역 발생 신고 건수가 25년 만에 가장 많았으며 알바니아, 체코, 그리스와 영국은 홍역 퇴치국 지위를 잃었다.
보건 여건이 양호한 선진국에서 홍역이 확산하는 것은 백신 접종의 부작용을 강조하는 가짜뉴스 때문인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WHO 사무총장은 "백신으로 예방할 수 있는 질병으로 한 명이라도 아이가 숨지는 건 격분할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목숨을 살리기 위해선 모두가 백신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며 "면역과 질 좋은 보건 서비스가 모두의 권리가 되도록 투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young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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