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차하고 집 쓸고 두리안 깎기까지…태국판 '공관병 갑질' 논란

입력 2019-12-06 17:07  

세차하고 집 쓸고 두리안 깎기까지…태국판 '공관병 갑질' 논란
'사령관 딸'은 "세차 느려 혼내…잘생긴 사병 없나" 모독도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태국판 '공관병 갑질' 사건이 발생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최근 '징집제 철폐 및 모병제 전환'을 둘러싼 논란 과정에서 발생한 사건이라는 점에서 후폭풍은 더 강력할 것으로 보인다.
6일 일간 방콕포스트와 인터넷 매체 카오솟 등에 따르면 최근 태국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나콘랏차시마주(州)에 있는 한 군 기지의 사령관 딸이라는 여성이 페이스북에 올렸던 '갑질 행위' 사진들이 공개되면서 논란이 일었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 사진들은 지난해 찍힌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은 지워진 이 사진에는 세 명의 사병이 승용차를 닦는 모습이 담겨있고, 이 여성은 이 사진에 "외출해야 하는데 세차하는 게 너무 굼떠서 사병들을 야단쳤다"는 설명까지 달아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사진에는 사병들이 집 안팎을 치우는 모습, 나무를 자르는 등의 목공 일을 하는 모습 그리고 심지어는 태국에서 인기 있는 열대 과일인 두리안을 깎는 모습까지 올라와 있었다고 매체들은 전했다.
또 다른 사진에서 이 여성은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낮은 북동부 이산 지역 출신들을 경멸하는 단어를 사용하면서 사병들의 외모를 조롱하고 "이 (얼굴이) 지겹다. 왜 아빠는 좀 더 잘생긴 사병들을 데려오지 않나"라는 글까지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사실이 공개되자 네티즌들은 해당 여성의 페이스북으로 몰려가 성토했고, 이 여성은 결국 계정을 닫았다.
그러나 파장은 계속될 조짐이다.
최근 야당인 퓨처포워드당(FFP)이 징집제를 폐지하고 모병제를 도입하자는 법안을 발의한 데 대해 정부가 "병역을 통해 국가에 봉사하려는 이들의 기회를 차단하지 말라"고 반박한 것을 무색게 하는 사건이기 때문이다.
시민운동가인 스리수완 잔야는 쁘라윳 짠오차 총리 겸 국방장관에게 사병들에 대한 학대 혐의를 조사해달라는 청원을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쁘라윳 총리가 수장을 겸하고 있는 국방부도 진화에 나섰다.
대변인은 군이 조사에 착수했다면서 책임이 있는 이는 법적 처벌 뿐 아니라 징계를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변인은 "각 부대로 배속된 사병들은 군 규정에 따라 특수한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면서 "그들을 학대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사병들을 하인처럼 이용하는 것은 용납될 수 없으며 군에 대한 모욕으로 간주된다"고 덧붙였다.
태국에서는 매년 10만명가량의 젊은이가 '징집 추첨'을 통해 사병으로 충원된다. 검은색 카드를 뽑으면 병역이 면제되지만, 붉은색 카드를 뽑으면 현역으로 복무해야 한다.
징집병들에 대한 학대 의혹도 심심찮게 제기된다. 지난해에는 장교가 자신에게 싸움닭을 기르게 했다는 한 사병의 폭로가 나와 논란이 됐다.
sout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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