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보는 모임' 스캔들로 개헌논의 동력 잃어
(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자신의 목표로 내세웠던 '2020년 개정 헌법 시행'을 단념했다는 현지 언론 보도가 나왔다.
7일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최근 잇따른 각료 사임 사태와 '벚꽃을 보는 모임' 논란으로 야당의 정치공세가 격화하면서 개헌 절차를 정하는 국민투표법 개정안의 이번 임시국회 통과가 사실상 어렵게 되자 내년에 새 헌법이 시행되도록 하겠다는 애초의 목표를 접었다.
현재 개원 중인 임시국회는 오는 9일 종료될 예정이다.
야당은 아베 총리 지역구·후원회 조직과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은 인사가 초청된 것으로 드러난 '벚꽃을 보는 모임'을 둘러싼 온갖 의혹을 제대로 규명하기 위해서는 임시국회가 연장돼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집권 자민당의 반대로 연장 가능성이 낮은 상황이다.
또 임시국회가 연장되더라도 벚꽃 논란 여파 등으로 헌법 개정 논의가 진척될 분위기는 아니다.
이에 따라 아베 총리는 자민당 총재 임기가 만료되는 2021년 9월까지 자위대를 명기하는 방향의 헌법 개정 국민투표를 시행하는 쪽으로 사실상 목표를 수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아베 총리는 여당 관계자들에게 자민당 총재 임기 동안의 시행에 연연하지 않는 자세로 야권의 협력을 얻고 싶다는 생각을 밝혔다고 마이니치는 전했다.
앞서 아베 총리는 2017년 5월 3일 일본 헌법기념일을 맞아 발표한 메시지를 통해 "도쿄올림픽·패럴림픽이 열리는 2020년을 일본이 새롭게 태어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며 개정 헌법 시행 목표 시기로 2020년을 내세웠다.
그러나 기존 헌법을 고치는 것에 반대하는 야권의 외면으로 국민투표법 개정안의 심의와 개헌 논의 자체가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했다.
아베 총리는 올 10월 4일 임시국회에서 행한 연설에서도 "국회의원들이 제대로 논의해 국민에 대한 책임을 다하자"고 국회 차원의 개헌 논의를 호소했다.
하지만 지난 9월 입각한 스가와라 잇슈(菅原一秀) 경제산업상과 가와이 가쓰유키(河井克行) 법무상이 비위 논란 속에 연이어 낙마하고 아베 총리 본인을 둘러싼 '벚꽃 스캔들'까지 터지면서 지난 7월 여당이 승리한 참의원 선거를 계기로 아베 총리가 불씨를 키우고자 했던 개헌 논의의 동력이 사라졌다.
자민당의 한 간부는 "아베 총리는 (임기 중에) 개정 헌법의 시행까지 가지 않더라도 향후 개헌 일정을 구체화하고 싶어한다"고 말해 아베 총리가 개헌 목표 시기에 대한 눈높이를 낮췄음을 시사했다.
현행 일본 헌법(9조1, 2항)은 국제분쟁 해결 수단으로 전쟁과 무력행사를 영구히 포기한다고 규정하고, 육해공군과 그 밖의 전력을 갖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아 평화헌법으로 불린다.
아베 총리는 일단 이 조항을 그대로 둔 채 사실상의 군대 역할을 하는 자위대 근거 조항을 넣는 헌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에서 헌법 개정안은 하원 격인 중의원과 상원 격인 참의원 전체 의원의 3분의 2 이상 동의로 발의된 후 60~180일 이내의 국민투표를 거쳐 투표 총수의 과반이 찬성해야 가결된다.
일본 정부가 마련한 국민투표법 개정안은 국정선거와 지방선거에 적용되는 철도역이나 상업시설 등의 공통투표소 설치 등을 국민투표 때도 가능하게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parks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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