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당 최근 공개한 英·美 무역협상 기밀문건 출처 '러시아 배후說' 확산
소셜미디어 레딧, 러시아 배후 의심 계정 61개 폐쇄
노동당 "구태의연한 음모론"…정부 "심각한 문제" 진상조사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영국의 총선을 코앞에 두고 러시아가 영국 정부의 대외비 문서를 온라인에 유출한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이 드러나 정부가 진상 조사에 착수했다.
영국 여·야는 기밀문서 유출 사태를 놓고 상대방을 비난하며 공방을 벌였다.
7일(현지시간) BBC 방송 등 영국 언론에 따르면 소셜미디어플랫폼인 레딧(Reddit)은 러시아가 배후로 추정되는 계정 61개를 적발해 폐쇄했다.
레딧이 폐쇄한 계정들은 올해 초 페이스북이 적발해 폐쇄한 계정들과 비슷한 수법으로 영국의 총선에 개입한 의혹을 받고 있다.
소셜미디어 리서치기업인 그라피카가 최근 영국 정부의 기밀문서 수백 쪽이 레딧을 통해 유출됐다고 주장한 뒤 레딧은 자체 조사에 착수했고, 이번에 계정 폐쇄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레딧의 계정을 통해 온라인에 유출된 문서는 영국과 미국이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이후를 위해 진행한 무역 협상에 관한 것이다.
양국 정부의 무역·투자 실무그룹이 논의한 내용을 영국 정부가 작성한 대외비 문서로, 451쪽 분량에 양국 간 논의 내용, 영국 정부의 입장과 평가 등이 담겨있다.
이 문서는 지난달 27일 영국의 제1야당인 노동당이 기자회견을 열어 폭로한 바로 그 자료다.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는 당시 회견에서 "우리는 존슨 총리가 국민보건서비스(NHS)를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은 뒤 (미국에) 팔아넘기려 한 증거를 갖고 있다"면서 정부·여당에 공세를 취한 바 있다.
노동당은 자신들이 총선 캠페인에 사용한 이 문서를 어떻게 입수했는지 그 경위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 문서의 유출을 놓고 배후에 러시아가 있다는 의혹이 확산하자 영국 정부는 국가사이버안전센터 요원들을 투입해 사안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니키 모건 문화부 장관은 7일 BBC 라디오에 출연해 "사실이라면 어떤 형태로든 외부세력의 (선거) 개입 의혹은 매우 심각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노동당은 문건 유출의 러시아 배후설에 대해 "음모론"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코빈 노동당 대표는 이날 스카이뉴스에 출연해 러시아 배후설은 "말도 안 되는 소리다. (보리스 존슨) 총리에 의한 구태의연한 음모론"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양당의 지지율 격차는 더 준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기업 사반타콤레스가 이날 발표한 집계에 따르면, 노동당은 지난 한 주간 지지율이 4%포인트 오른 36%를 기록했다.
반면에 집권 보수당은 지난 조사에서 변동이 거의 없는 42%를 기록, 양당의 지지율 격차는 6%포인트로 줄었다.
영국 총선은 오는 12일 치러진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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