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시위 6개월] ① '선거 심판'에도 시위사태는 '현재진행형'

입력 2019-12-08 12:00  

[홍콩시위 6개월] ① '선거 심판'에도 시위사태는 '현재진행형'
평화 시위로 출발, 갈수록 충돌 격화·'반중 정서' 표출
6천명 체포·1명 사망 '희생' 끝에 민주파, 구의원 선거 압승 거둬
정부, '경찰 강경진압 조사' 등 수용 거부…'직선제 쟁취' 등 요원


※편집자주 = 홍콩 시위가 시작된지 6개월을 맞습니다. 지난달 홍콩의 구의원 선거에서 범민주 진영이 압승을 거뒀지만 중국 정부와 홍콩 당국은 강경대응 기조를 고수하고 있어 대치국면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홍콩 사태가 반년이 되도록 이어진 과정과 쟁점, 배경, 파장 등을 3꼭지로 나눠 진단합니다.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지난 6월 9일 시작된 홍콩의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가 이달 9일로 만 6개월을 맞지만, 홍콩의 민주화 요구 시위는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6천명 가까운 시민이 체포되고 대학생 1명이 끝내 숨지는 희생 끝에 시위 주도세력은 구의원 선거 압승이라는 '민심의 응원'을 이끌어냈지만, 행정장관 직선제 등 시위대가 바라는 진정한 민주화가 이뤄지기까지는 갈 길이 멀어 보인다.


◇평화시위 출발, 갈수록 격렬 충돌…'반중 정서' 격화
홍콩 시위 사태는 지난 6월 9일 송환법 반대 시위를 그 시발점으로 본다.
지난해 대만에서 한 홍콩인이 여자친구를 살해하고 홍콩으로 도망친 사건을 계기로 홍콩 정부는 송환법을 추진했다. 여기에는 홍콩과 범죄인 인도 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나 지역에도 범죄인을 인도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홍콩 야당과 재야단체는 인권운동가 등을 중국 본토로 송환하는 데 이 법이 악용될 수 있다고 보고 강렬하게 반발했고, 이는 대규모 시위로 이어졌다.
6월 9일 첫 번째 시위에는 1997년 홍콩 주권반환 이후 최대 인파가 몰렸다. 홍콩 인구 740만명 가운데 무려 100만 명이 송환법 반대를 외치며 평화적으로 행진했다.
엿새 후인 15일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은 송환법을 무기한 연기한다고 발표했지만, 때는 늦었다. 다음 날인 16일에는 200만 명에 달하는 홍콩 시민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법안의 완전 철회와 람 장관의 사임을 요구했다.
거대한 시위 인파에도 불구하고 이때까지는 시위가 평화롭게 진행됐으나, 이후 시위 양상은 조금씩 달라졌다.
시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닫은 홍콩 정부에 분노한 시위대는 갈수록 격렬하게 시위를 전개했다. 홍콩 정부의 배후에 중국 중앙정부가 있다는 생각에 시위 때마다 격렬한 '반중국 정서'도 표출했다.
홍콩 반환 기념일인 7월 1일에는 홍콩 의회인 입법회 건물이 공격받았고, 같은 달 21일에는 시위대가 홍콩의 중국 중앙정부 연락판공실로 몰려가 중국 국가 휘장을 훼손했다.
이어 8월 5일에는 총파업으로 도시가 마비됐고, 같은 달 12일에는 시위대가 공항에 몰려들어 수백편의 항공편이 취소됐다. 다음날 공항에서 시위대가 중국 기자를 폭행하는 일도 있었다.
이제 시위 때마다 중국계 기업이나 은행, 친중 재벌로 낙인찍힌 프랜차이즈 점포 등이 시위대의 공격을 받아 박살 나고 불에 타는 일은 예삿일이 됐다.



◇대학생 1명 끝내 희생…'이공대 사태'로 시위 절정
시위가 진정되기는커녕 갈수록 격렬해지자 캐리 람 장관은 9월 4일 송환법 철회를 공식 선언하고 사태 수습책을 내놨다.
하지만 시위대는 이 같은 조치가 "너무 늦고 부족하다"며 5대 요구사항의 수용을 요구했다.
시위대의 5대 요구사항은 ▲송환법 완전 철폐 ▲경찰의 강경 진압에 관한 독립적 조사 ▲시위대 '폭도' 규정 철회 ▲체포된 시위대의 조건 없는 석방 및 불기소 ▲행정장관 직선제 실시 등이다.
10월 1일에는 처음으로 시위 참가자가 경찰의 실탄에 맞아 중상을 입었다. 전 세계의 이목은 중국 정부가 건국 70주년을 맞아 떠들썩하게 벌인 축하 행사 대신 여기에 쏠렸다.
나흘 후인 5일 람 장관은 '긴급법'을 발동해 시위대의 마스크 착용을 금지한 복면금지법을 시행했다. 이는 시위를 진정시키기는커녕 시위대를 더욱 자극하는 결과만을 빚었다.
사태는 갈수록 심각해졌다. 11월 8일에는 시위 현장 인근 주차장 건물에서 떨어져 머리를 다쳤던 홍콩과기대생이 나흘 만에 끝내 숨졌고, 사흘 후에는 한 시위 참가자가 경찰이 쏜 총에 가슴을 맞고 중태에 빠졌다.
격분한 홍콩 시위대는 13일부터 시위대 '최후의 보루'로 불린 홍콩이공대에 집결했다. 이들은 화염병, 돌 등은 물론 투석기, 활 등까지 동원해 경찰과 격렬하게 맞섰다.
하지만 경찰의 원천 봉쇄와 강경한 진압 작전에 1천100여 명의 시위대가 체포되거나 투항했다. 홍콩 시위 사태는 시위대의 처절한 패배로 마무리되는 듯했다.
송환법 반대 시위 과정에서 경찰에 체포된 시위대는 6천명에 육박하며, 이 가운데 1천명 가까이 기소됐다.



◇ 시위대 손 들어준 '선거 심판'…시위사태 이어질 듯
홍콩 시위의 극적인 반전을 이룬 것은 바로 지난달 24일 구의원 선거에서 시위를 지지하는 범민주 진영의 압승이었다.
선거전까지만 하더라도 6개월째 이어지는 시위 사태에 지친 상당수 시민이 친중파 진영으로 돌아섰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결과는 뜻밖이었다. 범민주 진영이 전체 452석 중 400석 가까이 '싹쓸이'한 대승이었다.
친중파 진영이 60석밖에 차지하지 못하는 참패를 당하자 홍콩 정부가 선거 결과를 수용해 '유화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왔다.
시위대의 5대 요구를 모두 받아들이지는 못하더라도 친중파 진영에서마저 수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경찰의 강경 진압에 관한 독립적 조사' 요구 정도는 받아들일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하지만 선거 직후 캐리 람(林鄭月娥) 홍콩 행정장관의 기자회견은 이러한 기대를 여지없이 무너뜨리고 말았다.
람 장관은 "송환법 철회는 이미 받아들였으며, 이를 제외한 다른 요구 사항에 대해서는 정부의 입장을 이미 분명하게 설명했다"고 밝혀 시위대의 요구를 일축했다.
홍콩 정부가 이러한 '꽉 막힌' 입장을 고수하면서 시위 사태의 해결 실마리는 보이지 않고 있다.
시위대는 정부의 5대 요구 수용 불가 입장에 변화가 없을 경우 투쟁의 강도를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8일 오후에는 대규모 송환법 반대 시위를 주도해 온 민간인권전선이 '세계 인권의 날' 기념 집회를 사상 최대 규모로 개최하겠다고 예고했다. 이날은 홍콩과기대 2학년생 차우츠록 씨가 숨진 지 1개월째 되는 날이기도 하다.
시위대는 이날 대규모 시위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유화책이 나오지 않을 경우 총파업(罷工), 동맹휴학(罷課), 철시(罷市) 등 '3파(罷) 투쟁'과 대중교통 방해 운동 등 전면적인 투쟁을 전개하겠다는 입장이다.
홍콩 시위대는 앞으로 '행정장관 직선제' 등 정치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키울 것으로 보이지만, 홍콩 정부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가 없을 경우 당분간 홍콩 시위는 '현재진행형'이 될 것으로 보인다.
ssah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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