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FBI "해군기지 총격, 테러행위로 추정 수사"…동기 규명 주력(종합)

입력 2019-12-09 09:06  

美FBI "해군기지 총격, 테러행위로 추정 수사"…동기 규명 주력(종합)
"단독범행 추정…혼자 행동했는지 더 큰 네트워크 일원인지 확인할 것"
"범행 직전 트위터서 美 향해 '反무슬림' 비난"…'뉴욕 방문' 경위도 조사
사우디 당국도 작년 말 고국 방문 때 사상적 급진화됐는지 조사중



(워싱턴·서울=연합뉴스) 임주영 특파원 윤고은 기자 =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8일(현지시간) 플로리다의 펜서콜라 해군 항공 기지에서 지난 6일 일어난 총격 사건을 테러 행위(act of terrorism)로 추정해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현재까지는 사우디아라비아 공군 소위인 훈련생 모하메드 사이드 알샴라니(21·사망)의 단독 범행으로 보고 사건 동기를 규명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AP와 로이터, AFP통신에 따르면 FBI 잭슨빌지부 책임자로 이번 수사를 이끄는 레이철 로하스 특별수사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대부분의 총기 난사범 수사에서 그렇듯이 이번 사건이 테러 행위였다는 추정에 따라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이번 공격을 자행한 총격범은 한 명이라고 보고 있다"며 이 사건과 관련해 체포된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기지 훈련생이었던 용의자는 플로리다에서 합법적으로 구매한 9㎜ 구경의 글록 모델 45 권총을 범행에 사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로하스 수사관은 범행 동기와 관련, "우리는 동기를 밝혀내기 위해 매우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며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용의자의 친구, 훈련생 급우, 다른 동료들을 조사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우리의 주요 목표는 그가 혼자 행동했는지 아니면 더 큰 네트워크의 일원이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FBI는 사건 당시 건물 밖에서 촬영한 휴대전화 영상뿐만 아니라 기지 내 감시 카메라 영상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휴대전화 영상을 촬영한 인물에 대한 조사도 이뤄졌다.
또 로하스 수사관은 총격범이 범행 직전 트위터 계정에 접속해 미국의 이스라엘 지원을 비난하고 미국은 '반(反) 무슬림'이라고 비난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백인우월주의와 지하드(이슬람 성전주의) 조직의 온라인 활동을 감시하는 미 시민단체 사이트(SITE)는 용의자가 범행 몇 시간 전 트위터에 짤막한 성명서를 올려 미국을 '사악한 나라'로 칭하며 비난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AP에 따르면 수사 당국은 범인이 자신의 이름과 같은 사용자 명의로 미국을 비난하는 소셜미디어 게시물을 만든 것으로 보고 있으며 그가 이를 직접 작성했는지 아니면 단순히 게시한 것인지를 조사하고 있다고 익명을 요구한 한 관리가 전했다.
또 당국은 총격범이 범행 며칠 전 뉴욕을 방문해 록펠러센터 등을 찾아간 것과 관련해 방문 목적을 규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이 관리는 말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총격 용의자와 다른 3명의 사우디 훈련생이 최근 뉴욕을 찾아 몇몇 박물관과 크리스마스트리 점등식이 열린 록펠러센터를 방문했다고 앞서 보도했다.
총격범의 모국 사우디도 관련 수사에 나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사우디 관리들을 인용, 사우디 당국이 알샴라니가 지난해 말 고국을 방문했을 당시 사상적으로 급진화된 것인지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우디 관리들은 알샴라니가 올해 2월 미국으로 돌아가기 전까지 사우디에서 누구를 만났고 어떻게 시간을 보냈는지를 밝히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에 따르면 알샴라니는 이번 사건 이전까지는 어떠한 범죄 행위나 극단주의 행동을 한 적이 없다.
WSJ은 알샴라니가 사우디를 방문했던 행적은 테러로 추정되는 이번 참사와 관련한 가장 최신 단서라고 밝혔다. 다만 미국 주재 사우디 대사관 측은 이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신문은 이번 사건이 이미 악화된 미국과 사우디 관계에 긴장을 가중시켰다고 지적했다. 또한 지난해 10월 발생한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사건과 1만명 이상이 사망한 예멘 내전 개입 등으로 나빠진 대외 이미지를 회복하려는 사우디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었다고 지적했다.
로버트 오브라이언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8일 CBS 방송과 인터뷰에서 "이번 사건은 테러 혹은 테러와 유사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사우디 정부가 이번 사건 조사에 협조하겠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사우디 정부는 2001년 9·11 테러 당시 항공기 납치범 19명 중 15명이 자국민이라는 사실이 드러난 후 자국 내 과격주의 단속에 나섰다. 수천 명의 죄수들을 대상으로 사상적 온건화 교육을 했고, 과격주의 포기를 거부하는 종교인 수천 명을 해고했다.


zo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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