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행 직전 트위터서 美 향해 '反무슬림' 비난"…'뉴욕 방문' 경위도 조사
용의자, 4월 교관이 '포르노 수염'이라 부르며 모욕했다고 고소
사우디 당국도 작년 말 고국 방문 때 사상적 급진화됐는지 조사중
(워싱턴·서울=연합뉴스) 임주영 특파원 윤고은 기자 =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8일(현지시간) 플로리다의 펜서콜라 해군 항공 기지에서 지난 6일 일어난 총격 사건을 테러 행위(act of terrorism)로 추정해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현재까지는 사우디아라비아 공군 소위인 훈련생 무함마드 사이드 알샴라니(21·사망)의 단독 범행으로 보고 사건 동기를 규명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AP와 로이터, AFP통신에 따르면 FBI 잭슨빌지부 책임자로 이번 수사를 이끄는 레이철 로하스 특별수사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대부분의 총기 난사범 수사에서 그렇듯이 이번 사건이 테러 행위였다는 추정에 따라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이번 공격을 자행한 총격범은 한 명이라고 보고 있다"며 이 사건과 관련해 체포된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기지 훈련생이었던 용의자는 플로리다에서 합법적으로 구매한 9㎜ 구경의 글록 모델 45 권총을 범행에 사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로하스 수사관은 범행 동기와 관련, "우리의 주요 목표는 그가 혼자 행동했는지 아니면 더 큰 네트워크의 일원이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로하스 수사관은 총격범이 범행 직전 트위터 계정에 접속해 미국의 이스라엘 지원을 비난하고 미국은 '반(反) 무슬림'이라고 비난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백인우월주의와 지하드(이슬람 성전주의) 조직의 온라인 활동을 감시하는 미 시민단체 사이트(SITE)는 용의자가 범행 몇 시간 전 트위터에 짤막한 성명서를 올려 미국을 '사악한 나라'로 칭하며 비난했다고 밝혔다.
또 당국은 총격범이 범행 며칠 전 뉴욕을 방문해 록펠러센터 등을 찾아간 것과 관련해 방문 목적을 규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한 관리는 말했다.
앞서 뉴욕타임스(NYT)는 총격 용의자와 다른 3명의 사우디 훈련생이 최근 뉴욕을 찾아 몇몇 박물관과 크리스마스트리 점등식이 열린 록펠러센터를 방문했다고 보도했다.
이와 별도로 NYT는 이날 용의자가 기상학 수업 말미 자신에게 모욕적인 별명을 붙인 교관을 지난 4월 고소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용의자 알샴라니는 고소장에서 교관이 다른 학생 약 10명 앞에서 자신을 '포르노 콧수염'(Porn Stash)이라고 불러 매우 화나게 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해당 교관은 수업을 끝내기에 앞서 학생들에게 질문이 없냐고 묻더니 알샴라니 쪽으로 돌아서서 그를 '포르노 콧수염'이라고 부르며 질문이 없냐고 재차 물었다. '포르노 콧수염'은 남성을 포르노 배우처럼 보이게 하는 콧수염을 뜻한다.
교관은 그렇게 말하며 웃더니 '뭐야? 지금껏 포르노 배우를 본 적이 없어?'라고 물었다.
알샴라니는 고소장에서 "내가 대답을 하지 않자 그는 더 이상 그 주제를 이어가지 않았다"면서 "그가 다른 학생들 앞에서 그렇게 말해 극도로 화가 났다"고 적었다.
NYT는 "알샴라니가 플로리다에서 훈련생으로서 어떻게 지냈는지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진 게 없다"면서도 "지난 4월의 사건은 같은 반 두 명의 미국인 훈련생이 알샴라니가 고소하는 것을 도왔을 만큼 그를 속상하게 만들었다고 당시 알샴라니를 도왔던 미국인 훈련생 중 한명이 말했다"고 전했다.
해당 교관을 고용한 회사의 대표는 당시 적절한 인사조치를 했다고 확인했으나, 인사조치는 바로 이뤄지지 않았다. 사건 일주일 후 모의조종훈련에서 얄샴라니는 해당 교관과 한 조로 편성됐다. 이에 알샴라니가 학교에 항의하자 학교는 당일 훈련을 취소하고 일정을 조정해 알샴라니와 다른 교관을 짝 지웠다고 NYT는 전했다.
또한 알샴라니는 총격 전날 저녁식사 파티에서 총기난사 영상을 보여준 것으로 조사됐다고 이 신문이 보도했다.
총격범의 모국 사우디도 관련 수사에 나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사우디 관리들을 인용, 사우디 당국이 알샴라니가 지난해 말 고국을 방문했을 당시 사상적으로 급진화된 것인지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우디 관리들은 알샴라니가 올해 2월 미국으로 돌아가기 전까지 사우디에서 누구를 만났고 어떻게 시간을 보냈는지를 밝히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에 따르면 알샴라니는 이번 사건 이전까지는 어떠한 범죄 행위나 극단주의 행동을 한 적이 없다.
WSJ은 이번 사건이 이미 악화된 미국과 사우디 관계에 긴장을 가중시켰다고 지적했다. 또한 지난해 10월 발생한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사건과 1만명 이상이 사망한 예멘 내전 개입 등으로 나빠진 대외 이미지를 회복하려는 사우디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었다고 지적했다.
로버트 오브라이언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8일 CBS 방송과 인터뷰에서 "이번 사건은 테러 혹은 테러와 유사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사우디 정부가 이번 사건 조사에 협조하겠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z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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