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기지 테러 탓 무기수출국 장교 훈련 프로그램 논란
전술·정책·사용법 강의…"인권교육 부실·권위주의 지원" 비판도
(서울=연합뉴스) 김정선 기자 = 최근 플로리다의 펜서콜라 해군 항공기지에서 사우디아라비아 공군 출신 훈련생에 의한 총격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미국 내 해외 군사훈련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6일(현지시간) 총격사건을 일으킨 사우디 공군 소위인 훈련생은 수십 년 된 미국의 해외 군사훈련 프로그램 대상의 일원이었다고 8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자국 지도자에 의해 선발된 해외 장교들은 미군의 정책과 전술, 미국의 정치와 법체계 교육을 받는다.
이들은 미국산 무기 사용법도 배우는데, 이러한 무기는 종종 자국이 사들였던 것이기도 하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 국방부와 방위산업계 등은 동맹 관계 구축과 군사 파트너십 강화, 미국산 무기 판매를 위한 신뢰할 수 있는 채널 유지 수단으로 이러한 프로그램을 옹호해왔다고 WP는 설명했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이번 총격사건을 테러 행위(act of terrorism)로 추정해 수사하고 있다고 이날 밝혔다.
현재까지는 모하메드 사이드 알샴라니(21·사망)의 단독 범행으로 보고 사건 동기를 규명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이번 사건으로 알샴라니를 포함해 4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
알샴라니는 올해 미국 국무부가 임시비자를 발급한 사우디 군인 5천500여명 중 한 명이다.
안보 협력과 관련해 미국에서 국방부 지원 교육을 받는 사우디 인원은 852명이다.
이는 전 세계 153개국에서 온 5천181명 중 16%를 차지한다.
펜서콜라 해군 항공기지는 이들에 대한 연간 교육이 이뤄지는 150여 군사학교 및 시설 중 한 곳일 뿐이다.
사우디는 미국의 군사 원조와 지원을 받는 주요 국가로, 이러한 내용은 양국 간 지정학적·경제적 연대를 형성하는 핵심 부분이라고 WP는 분석했다.
사우디는 세계 최대 무기 구매국 중 하나이고, 이러한 다수의 무기는 미국에서 제조된다.
알샴라니는 사우디가 지원하는 미 공군의 대외군사 판매 교육 과정을 통해 펜서콜라 해군 항공기지에 머물렀다.
2017년 이 과정을 시작한 그는 2020년 8월 완료할 예정이었다.
프로그램에는 영어, 기본 항공술, 조종 등이 포함됐다.
미 국무부에 따르면 펜서콜라 해군 항공기지에선 케냐, 나이지리아, 토고, 인도, 오만, 튀니지, 피지, 아이티,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모리셔스, 필리핀 등에서 온 이들도 공부했다.
그러나 지난 6일 총격사건 이후 일부 미 의원들은 교육 대상자 확인 절차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확인 내용에는 테러 관련 행위와의 연관성을 살피기 위한 데이터베이스 확인, 마약 밀매, 그 외 범죄 행위 등이 포함된다.
매트 개츠 하원의원은 USA투데이에 "프로그램이 작동하는 방식에 대해선 그들이 최선인지를 외국 정부가 증명해야 한다"며 "그들은 자국에서 미래의 장군이자 고위 군 관리가 된다"고 말했다.
개츠 의원은 "우리의 군 인력과 함께 같은 시스템을 사용하고 교육을 받으므로 이는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앞서 미 국방부는 올해 초 텍사스에서 아프가니스탄 조종사들을 위한 교육 과정을 취소했다. 훈련생 40%가 무단결석했기 때문이다.
일부에선 교육 과정이 인권을 충분히 강조하지 않거나 권위주의적 시스템을 지원하도록 돕는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군부 출신인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도 미국에서 이러한 과정으로 공부한 경험이 있다.
미국은 1970~1980년대 인권 남용으로 비판받은 라틴아메리카와 카리브해 정치·군사 지도자 등이 거쳐 간 '스쿨 오브 아메리카'(School of America)를 수십년간 운영했다.
하지만, 2000년에 이곳의 문을 닫고 '서반구안보협력연구소'로 이름을 바꿨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js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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