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파간 이견에 한달 넘게 새 총리 결정 못해…사드 하리리 재부상
(카이로=연합뉴스) 노재현 특파원 = 지중해 연안 국가 레바논에서 차기 총리 지명을 위한 협의가 연기되면서 정국 혼란이 좀처럼 해결의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미셸 아운 레바논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밤 차기 총리를 지명하기 위한 의회와의 협의를 9일에서 오는 16일로 일주일 연기한다고 발표했다고 레바논 매체 '데일리스타'와 AFP,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아운 대통령은 성명에서 의회가 총리 후보자를 합의하는 데 추가로 시간을 주기 위해 협의를 미룬다고 설명했다.
이런 결정은 사업가 사미르 카팁이 총리 후보를 포기한다고 밝힌 뒤 몇시간 만에 나왔다.
레바논의 수니파 이슬람 최고 지도자인 셰이크 압델 라티프 드리안은 8일 낮 카팁을 만나 지난 10월 총리직 사퇴를 발표한 사드 하리리를 차기 총리로 지지한다고 밝혔다.
카팁은 최근 하리리가 속한 정파 '미래운동'이 새 총리로 내세울 것으로 보도됐던 인물이다.
카팁은 수니파 지도자 드리안에 이어 하리리를 만난 뒤 총리 후보를 포기한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반정부 시위대는 이날 저녁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의 국회 주변에 모여 새 내각 구성이 지연되는데 항의했다.
일부 시위대는 총리 후보로 다시 부상한 하리리에 대해 기존 권력층의 핵심이라며 비판했다.
레바논에서는 지난 10월 17일 메신저 프로그램의 세금 계획에 대한 반발로 시작된 반정부 시위가 50일 넘게 이어지고 있다.
시위대는 막대한 국가부채, 실업률 등 경제난과 기득권 정치인들의 부패를 비판하면서 전문적 기술관료들로 구성된 내각을 요구하고 있다.
하리리가 지난 10월 29일 총리직 사퇴를 발표한 뒤에도 정파들의 이견 속에 후임자가 결정되지 못하고 있다.
이슬람 수니파 출신 하리리는 시위대의 요구에 맞춰 기술관료들로 구성된 내각을 구성하자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슬람 시아파 정파 헤즈볼라와 그 동맹인 아말은 내각에 정치인들이 포함돼야 한다며 맞서왔다.
지난달 중순에는 주요 정파들이 무함마드 사파디 전 재무장관을 새 총리로 지명하는 데 합의했지만 시위대의 반발로 임명이 무산됐다.
18개 종파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레바논은 명목상 대통령제(임기 6년의 단임제)이지만 사실상 총리가 실권을 쥐는 내각제에 가깝다.
특히 정파 간 권력 안배를 규정한 헌법에 따라 대통령은 마론파 기독교, 총리는 이슬람 수니파, 국회의장은 이슬람 시아파 출신이 각각 맡는 독특한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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