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이어 전국서 연금개편 철회요구 파업·집회 예정
파업 주도 노조 "철회할 때까지 계속"…1995년 이어 佛서 가장 강력한 총파업
시민들 재택근무 또는 휴가, 파리 시내 '썰렁'…"파업 공감" 여론 절반 넘어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프랑스 정부의 연금개편 구상에 반대하는 총파업과 전국 집회가 10일(현지시간)에도 이어진다.
노동총동맹(CGT)과 노동자의 힘(FO) 등 프랑스의 주요 노동단체들은 지난 5일에 이어 이날 제2차 연금개편 총파업 대회를 전국의 주요 도시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개최한다.
프랑스 제2의 노동단체로, 이번 총파업을 주도하는 CGT의 필리프 마르티네즈 위원장은 지난 8일자 주간지 '주르날 뒤 디망슈'와의 인터뷰에서 "정부의 개편안은 하나도 좋은 점이 없다"면서 "안을 철회할 때까지 파업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프랑스에서 연금개편은 정부와 노동·시민사회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이슈다.
프랑스 정부는 현재 직종·직능별로 42개에 달하는 복잡한 퇴직연금 체제를 단일 체제로 재편하고 포인트제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국가연금 시스템을 2025년까지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다양하게 분화된 연금 시스템을 하나의 체제로 개편함으로써 직업 간 이동성을 높이고 노동시장의 유연성도 제고한다는 것이 정부의 목표지만, 이런 구상은 강한 저항에 직면하고 있다.
노동·시민단체들은 정부의 구상대로라면 퇴직 연령(현재 법정 연령 62세)이 늦춰져 실질적인 연금 수령액이 줄어들 것이라면서 개편안의 폐기를 요구하고 있다.
철도가 주요한 교통수단인 프랑스에서 철도노조들의 광범위한 파업으로 교통·물류·관광산업 등이 차질을 빚고 있다.
철도노조는 지난 5일부터 파업에 돌입, 고속철인 TGV와 지역간선철도, 파리와 근교를 잇는 급행노선 RER 등의 운항이 대부분 취소됐다.
실제로 파리의 주요 역사들이 평소의 북적대는 모습과 달리 매우 한적한 가운데,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은 파리 시내의 주요 관광지도 평소보다 인파가 크게 줄었다.
월요일인 9일에도 파업이 이어지면서 대부분의 열차 노선과 파리 지하철·버스·트램 등의 운행에 차질이 빚어졌고, 상당수 학교가 교통 불편과 교사들의 파업 동참을 이유로 휴교했다.
이날 파리의 유서 깊은 오페라극장인 오페라 가르니에와 오페라 바스티유도 공연 일정을 취소했다.
파리 시민들 중에 파업에 동참하지 않은 직장인들은 재택근무를 하거나, 아예 연차를 내고 휴식을 취하는 경우가 많았고, 시내에서는 공유 자전거나 전기스쿠터 이용자들이 급증했다.
프랑스 최대 항공사 에어프랑스는 항공 관제사들이 파업에 동참함에 따라 10일 예정된 국내선 노선의 25%와 중거리 국제노선의 10%의 운항 스케줄을 이미 취소했다.
이번 연금개편 반대 파업은 1995년 총파업 이후 프랑스에서 약 25년 만에 가장 강력한 파업으로 평가된다.
시민들이 느끼는 불편함이 크지만, 프랑스 국민들은 이번 파업의 대의에 공감한다는 의견이 많은 편이다.
프랑스여론연구소(Ifo)가 주간지 '주르날 뒤 디망슈'에 8일 공개한 최신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53%가 이번 연금개편 반대 총파업에 공감한다고 답해 한 주 전보다 파업 지지율이 6%포인트 올랐다.
노후의 경제적 안정을 인생의 중요한 부분으로 여기는 프랑스인들은 현 연금 체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생각이 매우 강하다.
과거의 프랑스 정부들도 대대적인 연금개편에 나섰다가 국민적 저항에 부딪혀 개혁이 좌절된 전례가 많다.
1995년 당시 자크 시라크 대통령은 지금과 비슷한 연금개편에 나섰다가 거센 반발에 직면해 심각한 레임덕에 빠졌다. 이후 2003년, 2010년에도 정부가 대대적인 연금개편 드라이브를 걸었지만, 노동계의 대규모 저항에 직면해 흐지부지됐다.
프랑스 정부는 지금까지는 연금개편을 예정대로 추진한다는 계획이지만, 노동계와 시민사회의 강력한 반발을 주시하며 대책을 논의 중이다.
에두아르 필리프 총리는 오는 11일 연금개편의 세부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yongla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