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美당국자들, 승리 힘든 아프간전 진실 숨기고 대중 호도"

입력 2019-12-10 06:48  

WP "美당국자들, 승리 힘든 아프간전 진실 숨기고 대중 호도"
아프간전 직접 관여 인사들 "돈 많이 써 빈라덴이 물 속 무덤에서 웃을 것"
아프간에 대한 이해 부족·데이터 임의수정도 인정…"미국인들 계속 속아"
WP, 3년 법정공방 끝 428명 증언 포함한 2천여쪽 기밀문서 확보해 탐사보도


(워싱턴=연합뉴스) 백나리 특파원 = 미국 고위 당국자들이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이기기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를 숨기고 장밋빛 거짓 발표를 해왔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P는 3년여의 법정공방과 탐사보도를 통해 아프간전에 직접 관여한 고위 당국자들의 생생한 증언을 확보, 이날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WP는 연방당국 차원에서 아프간전 평가를 위해 생산한 2천여쪽 이상의 기밀문서를 확보, '미 당국자들이 아프간전에 대해 대중을 호도했다'는 제목으로 그간 숨겨져온 '아프간전의 진실'을 상세히 전했다.
기밀문서에는 아프간전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장군과 외교관, 구호단체활동가, 아프간 당국자 등 400여명의 인터뷰가 포함돼 있는데 이들의 입에서 미국 역사상 최장기 전쟁으로 꼽히는 아프간전에 별다른 진전이 없다는 고백이 이어진 것이다.
기밀문서 속 인터뷰에 따르면 조지 W. 부시 행정부와 버락 오바마 행정부 당시 백악관에서 일했던 해군특전단(네이비실) 소속 제프리 에거스는 "아프간에서 우리(미국)가 얼마나 많은 돈을 썼는지를 생각하면 오사마 빈라덴은 물속 무덤에서 아마 웃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빈라덴이 이끄는 알카에다의 9·11테러로 아프간전이 2001년 시작됐고 빈라덴은 2011년 미군에 사살돼 수장됐지만 죽은 빈라덴이 웃음 지을 만큼 미국이 천문학적 비용을 쏟아붓고도 아프간전에서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의미다.
밥 크롤리 육군 대령은 "모든 데이터가 가능한 한 최고의 그림을 보여주기 위해 고쳐졌다"면서 미국이 제대로 하는 것처럼 설문조사가 왜곡된 방식으로 동원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부시 행정부와 오바마 행정부 당시 아프간전 고문 역할을 했던 더글러스 루트는 "우리는 아프간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가 없었다. 우리는 우리가 뭘 하고 있는지 몰랐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그는 아프간전에서의 미군의 희생이 미 국무부와 국방부, 의회 간 관료주의 탓일 수 있다고도 했다.
'교훈들'(Lessons Learned)로 명명된 이 프로젝트를 진행한 미 연방 아프간재건특별감사관실(SIGAR)의 존 솝코는 미국인들이 계속해서 속고 있었다는 걸 이 문서들이 보여준다고 WP에 인정하기도 했다.

이 기밀문서를 확보하기 위해 WP는 3년간의 법정투쟁도 마다하지 않았다.
WP는 정보공개법에 따라 2016년 8월 이 문서들을 요청했으나 SIGAR는 대중이 봐야 할 내용이 아니라며 거부했고 WP는 두 차례 소송을 진행했다.
SIGAR는 결국 428명의 인터뷰를 포함한 2천쪽 이상의 문서를 내놨으나 인터뷰에 응한 62명의 이름만 공개하고 366명의 이름은 지운 채로 줬다. 인터뷰에 응한 이들을 내부고발자 및 정보원으로 봐야 한다는 논리였다.
WP는 나머지의 이름을 공개해야 한다는 추가 소송을 진행하면서 문서 대조 작업을 통해 33명의 신원을 자체적으로 파악해냈다.
추가 소송의 결과가 나오지는 않았으나 WP는 법원의 최종 결정을 기다리는 대신 문서의 존재를 보도하기로 결정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탈레반과 협상 중이고 아프간 미군 철수 여부를 검토하는 와중이라 이러한 보도가 공익에 부합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nari@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