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러시아 도핑제재는 올림픽헌장 위반"…CAS 제소 시사(종합)

입력 2019-12-10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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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러시아 도핑제재는 올림픽헌장 위반"…CAS 제소 시사(종합)
"집단적 징계는 스포츠 순수성에 대한 염려 아닌 정치적 고려"
서방언론 "국제규범 멸시하는 민낯"…대러 밀착 中은 러시아 두둔




(모스크바·베이징·서울=연합뉴스) 유철종 김윤구 특파원 이영섭 기자 = 세계반도핑기구(WADA)가 도핑 샘플 조작과 관련 러시아의 주요 국제스포츠대회 출전금지를 결정하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올림픽 헌장에 위배되는 일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타스·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우크라이나 분쟁 해결을 위한 러-우크라-독일-프랑스 4자 정상회담을 한 뒤 기자회견에서 WADA의 결정은 정치적이며 스포츠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올림픽 헌장은 올림픽 대회의 준비·조직·운영 등의 제반 사안을 규율하는 '대법전'으로 세계스포츠계의 가이드라인으로도 통용된다.
푸틴은 기자회견에서 "러시아 선수들에 대한 이 결정(WADA의 징계)을 분석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겉으로 언뜻 보기에는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에 대한 문제 제기는 없다. 그렇다면 러시아는 국기를 달고 출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WADA의 결정은 올림픽 헌장에 위배된다. 우리는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제소할 모든 근거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푸틴은 "로마법 시대부터 그랬듯 모든 징계는 개인적인 것이어야 한다. 징계가 집단적 성격을 띠거나 위반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사람들에게까지 확대돼선 안된다"면서 도핑에 연루된 선수 개인이 아닌 러시아 스포츠 전체에 대한 WADA의 징계는 위법적이라고 항변했다.
그는 "WADA 전문가들도 이것을 이해할 것"이라면서 "만일 그들 중 누군가가 집단 징계에 대한 유사한 결정을 내린다면 그같은 결정의 바탕에는 국제스포츠의 순수성에 대한 염려가 아니라 스포츠나 올림픽의 이익과 관계가 없는 정치적 고려가 있다고 판단할 모든 근거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21일 안에 스위스 로잔에 있는 CAS에 WADA의 결정에 대해 제소할 수 있다.
CAS는 체육과 관련한 분쟁을 다루는 최상위 독립법원으로 러시아의 주장이 받아들여지면 제재가 철회되거나 완화될 수도 있다.
WADA 집행위는 이날 앞서 러시아반도핑위원회(RUSADA) 활동이 반도핑 국제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도핑과 관련된 러시아 선수들의 국제대회 출전금지, 러시아의 국제대회 유치 금지를 결정했다.


도핑 혐의가 없는 러시아 선수들은 대회에 출전할 수 있으나 가슴에 러시아 국기를 달고 뛰지 못하는 부분적 제재를 받게 된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이날 성명을 통해 WADA의 결정을 지지한다고 밝힘에 따라 러시아는 2020년 도쿄 하계올림픽과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공식적으로 참가하는 것이 불가능해졌다.
러시아는 국제축구연맹(FIFA)이 주관하는 2022년 카타르 월드컵과 관련해서도 유사한 수위의 제재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러시아는 자국에서 열린 2014년 소치 동계 올림픽에서 국력 과시를 위해 자국 선수들을 대상으로 조직적인 도핑을 저질렀다는 판정을 받고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하계 올림픽,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 때 부분적 제재를 받았다.
WADA는 러시아가 소치 올림픽 때 발생한 도핑 사태와 관련한 공식 자료를 제출하는 조건으로 제재 해제를 검토했으나 러시아가 조작된 것으로 보이는 자료를 제출함에 따라 이번에 추가 제재를 가했다.
러시아 관영 매체들과 고위 당국자들은 WADA의 결정이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히스테리와 같은 반감의 산물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서방 언론에서는 국제사회의 보편적 규범을 따르지 않는 러시아의 단면이 이번 사태에서 다시 드러났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사설을 통해 "러시아가 도핑을 뉘우치기는커녕 속임수를 선택했다"며 "이번 제재 사태는 원칙을 멸시하는 러시아의 면목을 잘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한편 러시아와 전방위로 밀착하고 있는 중국은 도핑 문제에서도 러시아를 두둔했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0일 정례브리핑에서 "스포츠 경기를 정치화하는 데 반대한다"면서 "각국 선수의 합법 권익을 보호하고 진정으로 국제 스포츠의 공정성과 순결함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러시아가 IOC의 중요 성원으로 적극적인 공헌을 해왔으며 뛰어난 선수들이 많다고 강조했다.
youngl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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