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서 수술 도중 급사"…'경제 개발' vs '부패 연루' 엇갈린 평가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소련 붕괴 이후 20년 가까이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 시장을 지낸 유리 루쉬코프가 10일(현지시간) 독일 병원에서 치료 중 사망했다. 향년 84세.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세르게이 소뱌닌 현 모스크바 시장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을 통해 루쉬코프 전 시장의 사망 소식을 전했다.
현지 일간 '모스콥스키 콤소몰레츠' 편집장 파벨 구셰프는 이날 고인의 측근을 인용해 루쉬코프가 독일 뮌헨에서 수술 도중 알레르기 반응으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그는 "루쉬코프가 뮌헨에서 심장·혈관계 관련 계획된 수술을 받다가 수술대에서 갑자기 숨졌다"고 설명했다.
고인은 옛 소련과 러시아의 유명 인사들이 묻혀 있는 모스크바 시내 공동묘지 '노보데비치예 클라드비셰'에 안장될 예정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이날 크렘린궁 사이트에 올린 추모사를 통해 "루쉬코프는 진실로 비범한 인물이자 두드러지고 용감한 정치인이었으며, 정열적이고 재능있는 행정가이자 개방적이고 친절한 사람이었다"고 애도했다.
이어 "그는 모스크바 시민들이 존경하고 신뢰한 수도의 진정한 시장이었다"면서 "어려운 역사적 변혁기에 그는 모스크바의 발전을 위해 많은 일을 했다"고 평가했다.
모스크바 태생의 루쉬코프는 소련 시절인 1958년 모스크바 석유화학·가스산업 대학 엔지니어과를 졸업하고 화학산업부에서 한동안 일했다.
이후 모스크바시 소비에트(의회) 대의원을 거쳐 소련 내 러시아공화국 최고 소비에트의 대의원을 지냈다.
1992년 보리스 옐친 초대 러시아 대통령에 의해 모스크바 시장에 임명된 뒤 2010년까지 무려 18년 동안 시장으로 재직했다.
재직 중 모스크바시 경제를 크게 발전시켰다는 긍정적 평가를 받기도 했지만 사업가 부인 옐레나 바투리나를 비롯한 가족이 연루된 부정부패와 정실주의 등의 문제로 여론의 비난을 받기도 했다.
그러다 2010년 9월 모스크바 인근 숲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결정적으로 크렘린궁의 눈 밖에 났고 결국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당시 대통령(현 총리)에 의해 전격 해임됐다.
시장직을 그만두기 전까지 여당인 '통합 러시아당' 공동의장을 맡기도 했던 그는 이후 정계에서 떠나 농업 관련 사업을 하고 외국을 오가며 조용히 지내왔다.
부인 바투리나는 건설업과 호텔업 등으로 엄청난 재산을 축적한 러시아 최대 여성 갑부로, 경제전문지 '포브스'의 지난해 평가에 따르면 바투리나의 재산은 12억 달러(약 1조4천억원)로 조사됐다.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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