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임 물어야 할 때 오면 해산 총선거 주저하지 않겠다"
야당 대표 "내년 2월에는 선거라는 생각"…집권당 선거대비 연수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정부 행사인 '벚꽃을 보는 모임'에 관한 의혹으로 지지율이 떨어진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중의원 해산에 나설 가능성을 경계하며 대비 태세에 나서고 있다.
아베 총리는 9일 총리관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중의원 해산 문제에 관해 "국민의 신임을 물어야 할 때가 왔다고 생각되면 해산 총선거를 단행하는 것에 주저함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록 "참의원 선거(2019년 7월)가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았으며 참의원 선거에서 약속한 것을 실행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 머리에 가득하니 그것에 집중하고 있다"는 단서를 달았지만, 해산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은 발언이라서 눈길을 끌었다.
과거에 아베 총리는 해산 가능성에 관해 "전혀 머리의 한쪽 구석에도 없다"는 등의 표현으로 부정하기도 했는데 이날 답변은 결이 다른 셈이다.
아베 총리가 회견에서 내년 4월 예정된 왕실 행사 등을 함께 거론했기 때문에 "내년 봄까지 해산에 부정적인 생각을 내비쳤다"(교도통신)는 분석 등이 나왔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벌써 해산 가능성에 대비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NHK의 보도에 따르면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의 에다노 유키오(枝野幸男) 대표는 9일 열린 당 상임간사회에서 내년 정기 국회 소집 직후 또는 초반에 아베 총리가 해산할 가능성을 언급했다.
에다노 대표는 "다음달 20일에 중의원을 해산할 것인지, 아니면 추경 예산안을 통과시키고 (내년 1월) 31일에 해산할 것인지 어쨌든 (내년) 2월에는 선거라는 생각으로 긴장감을 가지고 임하고 싶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야당이 후보 단일화 등 선거 준비 태세를 갖추기 전에 해산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미리부터 선거 준비를 하겠다는 의미다.
산케이(産經)신문은 중의원 임기가 반환점을 돌아 2년이 채 남지 않은 가운데 자민당이 차기 총선에 대비해 경험이 적은 1·2선 의원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11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시모무라 하쿠분(下村博文) 자민당 선대위원장은 10일 자민당 본부에서 선거에 대비한 연수회를 열었다.
자민당은 정치 경력이 짧은 의원들이 소식지 등을 활용해 홍보하도록 하는 등 해산 준비에 여념이 없다고 신문은 전했다.
자민당 선대위의 한 간부는 "총리는 지금은 그럴 생각이 없더라도 군자표변(君子豹變, 군자는 허물을 고쳐 올바로 행함이 아주 빠르고 뚜렷함)이다. 항상 전쟁터"라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해산에 나설 경우 적절한 명분 만들기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벚꽃을 보는 모임은 정권이 공적 행사를 사유화했다는 비판 등이 많아 아베 정권 입장에서는 신임을 묻기에 적절한 소재가 아닐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야당이 선거에 대비 태세를 갖추기 전에 중의원을 해산하고 이어진 선거에서 대승을 거두면 아베 총리로서는 벚꽃을 보는 모임을 둘러싼 과오와 관련해 면죄부를 받는 셈이다.
야당은 9일 임시 국회 폐회 이후에도 벚꽃을 보는 모임에 관해 일본 정부에 질의하며 의혹을 추궁하고 있고 가두연설 등으로 아베 정권의 권력 남용을 비판하고 있다.
일본 유권자들이 일련의 상황에 대해 어떤 판단을 내릴지가 주목된다.
아베 총리는 각종 여론조사 추이 등을 지켜보고 중의원 해산을 포함한 향후 정국을 구상할 것으로 보인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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