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티지지, "월가의 총아" 비난에 고객명단·모금행사 전격 공개

입력 2019-12-11 15:54  

부티지지, "월가의 총아" 비난에 고객명단·모금행사 전격 공개
워런 견제에 정면돌파…일각서 컨설턴트 시절 건보회사와 일한 경력 논란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기자 = 미국 민주당의 유력 대선주자 중 하나로 부상한 피트 부티지지(37)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이 10일(현지시간) 정치자금 모금행사와 과거 컨설턴트 시절 고객 명단을 전격 공개했다.
월스트리트의 거액 후원자들과 가까운 부티지지의 정책은 '거대 자본의 영향력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는 당내 진보성향 경쟁자들의 문제 제기에 정면돌파를 선택한 것이다.
특히 자금 출처를 투명하게 공개하라는 엘리자베스 워런(매사추세츠) 상원의원의 노골적인 견제가 직접적인 계기였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부티지지 시장은 이날 뉴욕 맨해튼에 있는 투자자 제프리 호게의 아파트에서 열린 모금행사를 언론에 공개했다. 그가 모금행사를 언론에 공개한 것은 처음이다.
80여명의 후원자가 모인 가운데 열린 행사에서 부티지지 시장은 "(소도시인) 사우스벤드의 시장이 기관의 자금을 동원하는 힘있는 사람이 될 거라고 아무도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부티지지는 워런 의원과 버니 샌더스(버몬트) 상원의원을 제외하면 대권에 도전장을 낸 민주당 경선후보 가운데 가장 많은 선거자금을 모은 것으로 나타났다.
소액 후원자들의 '풀뿌리' 기부금에 의존하는 워런 의원 등과 달리 부티지지는 거액 후원자들로부터 인기를 끄는 후보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이렇게 걷은 자금으로 아이오와와 뉴햄프셔 등 초기 경선 주(州)에서 강력한 지지세력을 구축한 부티지지는 해당 주 여론조사에서 선두권에 올라있다.
그러나 거대 자본과의 유착 가능성을 의심하는 일부 유권자들은 행사가 열린 맨해튼 아파트 밖에서 '월스트리트 피트'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시위에 참가한 환경운동가 피트 시코라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이날 모금행사가 바로 부티지지가 기후변화 대처에 필요한 부의 재분배를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는 "결정적인 증거"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부티지지는 억만장자가 아니라 노동자들을 우선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부티지지에 반대하는 민주당 지지자들은 그가 대학 졸업 후 거대 컨설팅 회사인 매킨지에서 일한 경력에도 의구심 어린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에 부티지지 시장은 2007∼2010년 매킨지에서 컨설턴트로 일하면서 함께 일한 고객사 명단도 모두 밝혔다.
이날 공개된 부티지지의 과거 고객사에는 건강보험회사인 '블루크로스 블루실드' 미시간, 대형 유통회사 '베스트 바이', 캐나다의 유통업체 '로블로' 등이 있다. 미 국방부와 연방우체국, 환경보호청도 명단에 포함됐다.
부티지지는 이날 MSNBC 방송 인터뷰에서 "내 고객 명단에서 특별히 논란이 될 만한 건 아무것도 없다"고 자신했으나, 일각에서는 건보회사에 컨설팅을 제공한 경력을 문제 삼는 분위기라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민주당 진보 진영에서는 정부가 원하는 국민에 한해 건강보험을 제공해야 한다는 부티지지의 '메디케어 포 올 후 원트 잇'(Medicare for all who want it) 공약이 보험회사들에 대한 '선물'이라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부티지지가 '블루크로스 블루실드'에 컨설팅을 제공할 무렵 이 회사가 10%에 가까운 인력을 감축한 것도 논란이 될 전망이다.
그러나 부티지지는 자신이 이 회사와 관련해 일한 것은 2007년이라며 "내가 떠난 이후에 일어난 일은 알지 못한다. 그들이 구조조정을 결정한 것은 2009년"이라고 반박했다.
firstcircl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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