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외무 "인지를리크·퀴레직 공군기지 논의 대상될 것"
미 공군 중동 작전 거점…인지를리크에 美 전술핵 50여기 배치
(이스탄불=연합뉴스) 김승욱 특파원 = 러시아제 S-400 지대공 미사일 도입을 두고 미국과 갈등을 빚고 있는 터키가 미국에 자국 내 공군기지 사용을 불허하는 등의 보복 조치에 나설 수 있다고 경고했다.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터키 외무장관은 11일(현지시간) 현지 하베르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S-400 도입을 빌미로 제재를 가할 경우 터키는 모든 옵션을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터키에 대해 제재 결정이 내려질 경우 인지를리크와 퀴레직 공군기지가 논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 국회의원들은 제재로는 어떤 것도 이룰 수 없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차우쇼을루 장관의 발언은 미 의회가 터키에 대한 제재 요구를 포함하는 국방 법안에 합의했다는 보도에 이어 나온 것이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인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은 "터키 제재 법안은 수요일(11일) 트럼프 대통령의 거부권을 봉쇄할 수 있는 3분의 2 이상 찬성을 얻어 상원을 통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레이엄 의원은 "터키에 인내해왔다. 충분히 참았다. 이제 됐나? 그들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차우쇼을루 장관이 언급한 인지를리크와 퀴레직 공군기지는 미 공군이 중동 작전의 전진 기지로 사용해 온 곳이다.
이라크·시리아를 근거지로 발호한 수니파 극단주의 테러조직 '이슬람국가'(IS) 격퇴전 당시 미군이 주도한 국제연합군 전투기는 대부분 이곳에서 이륙했다.
특히, 인지를리크 공군기지에는 미군의 전술 핵무기 50여기가 보관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터키는 애초 미국에서 패트리엇 지대공 미사일을 구매하려고 했으나 전임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는 터키의 기술 이전 요구에 난색을 보이며 판매를 거부했다.
그러자 터키는 2017년 러시아와 S-400 구매 계약을 체결했고, 지난 7월 실제로 S-400을 반입했다.
이에 미국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인 터키가 S-400을 운영할 경우 나토의 민감한 군사정보가 러시아에 유출될 수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특히, F-35 전투기 100대를 구매하기로 한 터키가 S-400을 도입할 경우 F-35의 기밀 정보가 러시아에 넘어갈 수 있다며 터키에 F-35 판매를 금지했다.
이에 터키는 수호이(SU)-35 등 러시아 전투기 구매를 대안으로 검토하기로 했다.
차우쇼을루 장관은 이날도 "미국이 F-35를 판매하지 않을 경우 러시아가 대안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리비아와 체결한 수역협정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누구도 지중해 동부 대륙붕에서 터키의 허가 없이는 작업을 할 수 없을 것"이라면서도 "동(東) 지중해 문제를 대화로 해결하기 위해 그리스와 테이블에 앉을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27일 터키는 리비아와 배타적 경제수역(EEZ)의 경계를 확정하기 위한 협정에 합의했다.
이 협정에서 터키가 주장한 EEZ는 그리스의 기존 EEZ 일부를 침범하는 것임에도 리비아는 터키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이에 그리스는 자국 주재 리비아 대사를 추방하는 등 강하게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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