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조사권, 증인소환권 등 주어지지 않아 진상 파악 어려워"
야당·시민단체 "독립된 조사위원회 즉각 구성해야"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홍콩 시위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경찰 시위 진압 과정의 적절성 여부를 조사하던 외국인 전문가 전원이 사임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명보 등이 11일 보도했다.
이들 매체에 따르면 홍콩 경찰 감시기구인 경찰민원처리위원회(IPCC)가 위촉해 지난 9월부터 활동하던 외국인 전문가 패널 5명이 이날 오전 성명을 발표하고 자문 활동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성명에서 "홍콩 시민들이 기대하는 조사 결과를 위해서는 IPCC에 더 큰 조사 권한이 주어져야 한다"며 "더는 IPCC의 조사 활동에 협력하는 것이 의미가 없다는 판단 아래 활동을 중단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지난달에도 "IPCC에 경찰이나 당국에 서류 제출을 강제할 권한도, 증인을 소환할 권한도 주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경찰 진압 과정에 대한 의미 있는 보고서를 작성하기 힘들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지난 6월 초부터 이어져 온 송환법 시위 과정에서 경찰의 강경 진압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자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은 지난 8월 IPCC를 통해 경찰 진압 과정을 조사하겠다고 했다.
이후 홍콩 정부는 2011년 런던 폭동 당시 조사보고서 작성을 맡았던 영국 경찰 간부 출신 데니스 오코너를 비롯해 영국, 캐나다, 호주 등에서 폭동 조사 경험이 있는 5명의 전문가를 초빙해 IPCC 조사에 참여하도록 했다.
이들은 홍콩 경찰의 6월 9일과 12일 시위 진압, 7월 21일 위안랑 백색테러, 8월 31일 프린스에드워드역 시위 진압, 산욱링 구치소 실태 등을 조사하고 있었다.
하지만 IPCC에 충분한 권한이 주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이러한 조사는 '무용지물'에 불과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이날 IPCC 측은 "외국인 전문가들은 정식으로 사임한 것이 아니다"며 "이들은 1단계 작업을 마무리했고, 이들의 의견은 보고서에 반영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내년 1월에 나올 예정이다.
하지만 야당과 시민단체는 일제히 비난의 목소리를 내고 독립된 조사위원회 구성을 촉구했다.
홍콩 재야단체 연합인 민간인권전선은 이날 성명을 내고 "캐리 람은 IPCC를 통해 독립 조사위원회 구성을 어떻게든 지연 시켜 보려고 하지만, 이는 일방적인 바람에 불과하다"며 "대중이 원하는 독립된 조사위원회를 당장 구성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범민주파 진영 의원들도 "외국인 전문가들의 집단 사임은 IPCC 보고서에 대한 '불신임 투표'나 마찬가지"라며 독립 조사위원회 구성을 요구했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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