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영신 기자 = 고(故)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빈소에 외환위기 당시 대우그룹 해체를 두고 갈등을 빚었던 과거 정부 경제관료 출신 인사들은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10∼11일 이틀간 경기도 수원 아주대병원에 차려진 김 전 회장의 빈소 주변에서는 이헌재 전 부총리 등 당시 경제관료들이 조문에 나설지 관심이 쏠렸으나 결국 모습을 비추지 않으면서 양측의 악연이 새삼 회자됐다.
김 전 회장은 2014년 8월 대화록 '김우중과의 대화-아직도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를 통해 "당시 경제관료들이 대우를 '부실기업'으로 몰아가며 해체를 유도했다"는 '기획해체론'을 주장한 바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1997년 당선 후 김 전 회장을 가까이 두고 외환위기 등 경제 현안에 대해 의견을 구했는데, 외환위기 극복 방법에 대해 김 전 회장과 경제관료들이 반대의 의견을 낸 갈등 끝에 대우그룹이 억울하게 해체됐다는 내용이다.
김 전 회장은 "나는 수출 확대를, 경제 관료들은 구조조정을 주장하면서 관료들이 김 전 대통령에게 나에 대한 부정적 보고를 했다"며 "관료들이 자금줄을 묶어놓고 대우에 대한 부정적인 시장 분위기를 조성하고 부실기업으로 몰아갔다"고 주장했다.
'세계 경영 기치' 이젠 하늘로…김우중 전 회장 영결식 / 연합뉴스 (Yonhapnews)
11일밤 김 전 회장 빈소에 발걸음한 박지원 무소속(대안신당) 의원도 "김 전 대통령이 너무 김 전 회장 말씀만 존중한 것이 (관료들과) 안 좋게 나타나게 됐다"며 양측의 갈등설에 힘을 실었다.
하지만 이런 주장에 당시 경제관료들은 펄쩍 뛴다.
이헌재 전 부총리는 2012년 '국가가 할 일은 무엇인가'라는 제목의 저서에서 대우가 외환위기 당시 자구노력에 소극적이었고, 심각한 부채·부실로 시장 신뢰를 잃으며 해체에 이르렀다고 밝힌 바 있다.
2017년 1월 작고한 강봉균 전 청와대 경제수석도 생전 "부실경영과 구조조정에 소극적이었던 게 대우그룹 해체의 원인"이라고 공개 반박하기도 했다.
실제 김 전 회장의 주장은 크게 힘을 얻진 못했다. 41조원에 달하는 분식회계, 과도한 차입 등으로 그룹 해체를 자초했다는 비판도 크다. 김 전 회장과 그 주변에서는 신화로 일컫는 '세계 경영'이 경영 부실을 불렀다는 지적이다.
2006년 김 전 회장에게 유죄를 선고한 법원도 "무리하게 해외 사업을 확대하고 부실 기업을 인수하는 등 부실 경영을 자초했다"며 "이를 만회하려 분식회계를 시도해 국가에 막대한 피해를 불렀다"고 판시했다.
다만 김 전 회장 주변에서는 고인의 별세를 계기로 부정적 여론이 다소 환기, 재평가가 이뤄지길 기대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김대중 정부 시절 정보통신부 장관을 지낸 배순훈 전 대우전자 사장은 "외환위기 때 정부와 잘 타협해 빚을 줄였으면 해체까지 안 해도 됐을 것"이라며 "우리나라 경제가 발전하는 동력을 제공한 분인데 그 공로를 세상 사람들이 별로 인정해주지 않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과거 김 전 회장의 주장이 '무책임하다'고 비판했던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도 빈소를 찾아 고인을 애도하고 "사업적 공과에 대한 평가가 갈리고 의견이 다를 수 있지만 김 전 회장은 젊은이들에게 기업가의 역할과 비전을 보여준 한 시대를 장식한 분"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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