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 고위 관계자들 잇단 협력신호…전문가들 "역내 현안 위해 화해 필요"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 극우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과 좌파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 간에 관계 개선을 위한 움직임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아르헨티나 대선 결과에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던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한결 부드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고, 페르난데스 대통령이 이에 화답하는 장면을 연출하면서 두 사람이 예상보다 빨리 손을 잡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국제문제 전문가들은 양국 정상이 대화하지 않으면 역내 문제에서 진전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화해 분위기 조성에 힘을 보태고 있다.
이와 관련, 브라질 일간 폴랴 지 상파울루는 페르난데스 대통령이 취임 후 "브라질과의 관계가 이념적 차이보다 우선한다"는 발언을 한 사실을 소개하면서 두 정상의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고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을 대신해 전날 페르난데스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아미우톤 모우랑 브라질 부통령도 양국 간 협력을 유난히 강조했다.
모우랑 부통령은 아르헨티나가 외채 위기를 겪는 사실을 들어 "양국은 서로를 도와야 한다"고 말해 브라질이 아르헨티나의 위기 극복과 경제성장을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브라질 주재 아르헨티나 대사로 내정된 다니엘 시올리는 모우랑 부통령의 취임식 참석을 높이 평가하면서 "양국 간에 통상 등 분야에서 새로운 관계가 시작되고 있다는 긍정적인 신호"라고 말했다.
대선에 출마한 경험이 있는 거물 정치인인 시올리는 이 신문에 "양국 간에 존재했던 분열은 끝났으며 정치적·이념적 차이는 과거의 일이 됐다"면서 "양국의 화해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공격적인 행태를 들어 양국 관계가 쉽게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지난 10월 말 아르헨티나 대선 결선투표 결과가 나오자 "아르헨티나가 최악의 선택을 했다"고 수위 높은 발언을 서슴지 않았으며, 페르난데스 대통령을 잇달아 공격하면서 취임식에도 참석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호드리구 마이아 하원의장과 파울루 게지스 경제부 장관, 대통령실 참모들이 재고를 요청하면서 모우랑 부통령을 취임식에 보내기는 했으나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페르난데스 대통령에 대한 거부감을 완전히 거둬들였다고 보기는 이르다.
다만 페르난데스 대통령 정부와 마찰을 피하고 실용적 협력 관계를 유지하겠다며 유화적인 자세를 보이는 것은 관계 개선 의지를 밝힌 것으로 해석해도 무방하다는 것이 브라질 언론의 분석이다.
양국은 30년 전 주제 사르네이 브라질 대통령과 라울 알폰신 아르헨티나 대통령의 노력으로 협력을 모색하는 관계를 시작했다.
당시 두 정상은 지역 라이벌이 아닌 협력과 상호존중, 우정의 관계를 구축하자는데 합의했고, 이런 구상이 양국 간 외교 전통으로 자리 잡았다.
국제문제 전문가들은 보우소나루 대통령과 페르난데스 대통령 간의 마찰이 계속되면 양국 관계를 30년 만에 최악의 상황으로 몰아넣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을 중심으로 한 시장개방 움직임과 역내 경제성장, 인프라 확충 등 굵직굵직한 현안을 해결하려면 두 나라의 화해와 협력이 절실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fidelis21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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