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등 3개국 출신 비무슬림 불법이민자에게만 시민권 부여
모디 총리 "역사적인 날" 자축…동북부 주민, 이민자 쇄도 우려 반발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인도 시민권법 개정안이 무슬림 차별이라는 논란 속에 인도 상원을 통과했다.
12일(현지시간) NDTV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인도 상원은 전날 밤 '반무슬림법'이라고 비판받는 시민권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지난 10일 하원을 통과한 이 법은 상원에서도 승인받음에 따라 이제 형식적인 절차를 거쳐 법적 효력을 얻게 될 예정이다.
개정안은 인도의 이웃 나라인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 등 3개 나라 출신 불법 이민자로 힌두교, 시크교, 불교, 기독교 등을 믿는 이들에게 시민권을 부여할 수 있게 했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개정안 상원 통과 직후 트위터를 통해 "이 법은 수년간 박해를 겪은 많은 이들의 고통을 경감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법이 통과된 오늘은) 인도 그리고 인도의 공감·인류애 정신에 역사적인 날"이라고 자축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야당, 소수집단, 인권단체 등은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법 대상에 이슬람교도가 빠져 있어 인도에 정착해 살아온 무슬림 불법 이민자들의 삶이 곤경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불교도가 다수인 스리랑카에서 온 이슬람 불법 이민자나 방글라데시 등에서 종파가 다르다는 이유로 박해받다가 인도로 온 이슬람 교도들도 구제받을 수 없게 됐다.
인도국민회의(INC) 등 야당은 이 개정안이 모든 종교를 공평하게 대한다는 세속주의 등 인도의 헌법 이념에 어긋난다고 비판했다.
INC의 지도자 라훌 간디는 "이 법은 인도의 근간을 파괴한다"고 지적했고, 무슬림 의원 아사두딘 오와이시는 "히틀러의 법보다 나쁘다"고 비난했다.
미국 정부 산하 독립기구인 국제종교자유위원회(USCIRF)도 해당 개정안이 입법화된다면 인도 정치 지도자들에 대한 제재를 제안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특히 아삼, 트리푸라 등 방글라데시와 국경이 맞닿은 동북부 지역 주민들은 개정안으로 인해 불법 이민자들이 더 유입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이 지역 주민 수천 명은 이미 며칠째 도로를 점거하고 상가와 차량을 공격하는 등 강도 높은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시위 양상이 갈수록 격렬해지자 인도 정부는 현지에 군대를 급파했다. 아삼, 트리푸라 등 일부 지역에서는 인터넷망도 폐쇄됐고 통금령도 내려진 상태다.
모디 정부는 지난 5월 총선 압승 후 이런 힌두민족주의 성향을 더욱 강화하는 분위기다.
지난 8월에는 이슬람계 주민이 다수인 인도령 카슈미르(잠무-카슈미르주)의 헌법상 특별지위를 박탈했다.
지난달에는 대법원이 지난 수십년간 힌두교-이슬람교 간 갈등의 진원지로 꼽힌 '아요디아 사원 분쟁'과 관련해 힌두교 측의 손을 들어주기도 했다.
특히 아삼에서는 모디 정부가 올해 도입한 시민명부 등록 절차로 인해 현지 주민 190만명이 무국적자가 될 위기에 처했다. 방글라데시가 파키스탄으로부터 독립한 1971년 3월 이전부터 아삼에 거주했다는 것을 증명한 이들만 명부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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