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 사람들이 고(故) 다이애나 영국 왕세자비를 생각할 때 공통적으로 떠올리는 세 장면이 있다.
첫째는 1986년 찰스 왕세자와 결혼식 날 화려한 퍼프 소매 웨딩드레스를 입고 미소짓는 모습이다.
1994년 6월, 남편 찰스가 유부녀 사업가 카밀라 파거 불스와 오랜 불륜관계를 공개적으로 인정한 날 다이애나가 입은 검정색 칵테일드레스도 대중에게 각인됐다.
가슴골과 어깨가 훤히 드러나 왕세자비 지위에 '적합하지 않은' 도발적 오프숄더 디자인은 복수심을 드러내려는 의도라는 해석과 함께 '리벤지 드레스'(복수 드레스)라는 이름을 얻었다.
1985년 11월 왕세자비로서 처음 백악관을 방문했을 때 국빈 만찬에서 입은 미드나잇블루(짙은 감색) 벨벳 가운은 다이애너의 '인생 드레스'라 불릴 만하다.
다이애너는 이 드레스를 입고 당시 인기 절정의 할리우드 배우 존 트라볼타와 '토요일밤의 열기' 삽입곡에 맞춰 플로어 한 가운데서 춤을 췄다.
아름답고 우아한 왕세자비와 매력 넘치는 스타가 서로를 흠모하는 시선으로 춤을 즐기는 모습은 빛나는 사진으로 남았다.
사진의 배경에는 다이애나와 트라볼타의 모습을 보며 밝게 웃는 낸시 레이건 여사의 모습도 보인다.
트라볼타는 2016년 ABC 방송과 인터뷰에서 자신이 그날 초대를 받은 것은 다이애너의 뜻이었다고 털어놨다.
낸시 여사가 만찬장에서 트라볼타를 만나 "왕세자비가 미리 부탁한 만찬 초대 손님이 단 1명이었는데 그 사람이 바로 당신"이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트라볼타는 인터뷰에서 당시를 돌아보며 "내 인생의 반짝이는 장면 중 하나"라고 기억했다.
다이애나도 이 드레스를 특별히 아껴 공식 행사에서 여러 번 착용했다.
다이애나 왕세자비는 1997년 불의의 교통사고로 숨지기 두달 전 '트라볼타 드레스'를 포함해 드레스 79벌을 경매에 내놓고 수익금을 사회사업에 기부했다.
디자이너 빅터 에델스타인의 작품인 트라볼타 드레스는 당시 22만2천500달러에 낙찰됐다.
최근 '트라볼타 드레스'가 빈티지 패션 경매업체를 통해 다시 26만4천파운드(약 4억2천만원)에 팔렸다고 미국 CNN 방송 등 외신이 11일(미국동부 현지시간) 보도했다.
다이애나의 트라볼타 드레스는 이달 6일 경매에 나왔으나 유찰됐고, 왕궁 보호 비영리단체 왕궁역사(HRP)가 이튿날 따로 경매업체를 통해 사들였다.
HRP의 큐레이터 엘러리 린은 "'왕실 예식 드레스 컬렉션'에 상징적인 이브닝가운을 추가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린은 "다이애나는 예술, 외교, 인도주의의 후견인 역할에 도움이 되도록 매우 신중하게, 사실상 그 도구로 의상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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