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총리 등 5명 출마했지만 시위대 "과거 정권 인사들" 반발
(카이로=연합뉴스) 노재현 특파원 = 북아프리카 알제리에서 12일(현지시간) 대통령 선거가 실시됐지만 대규모 반대 시위와 일부 투표소를 겨냥한 공격 등으로 혼란을 빚었다.
AFP, 로이터통신 등 외신은 이날 알제리 전역에서 새 대통령을 선출하는 투표가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투표소는 6만여곳이며 유권자는 약 2천400만명이다.
이번 대선은 올해 4월 장기집권자였던 압델라지즈 부테플리카 전 대통령이 국민 시위로 퇴진한 뒤 8개월 만이다.
대선 후보는 알리 벤플리스 전 총리, 압델마드지드 테분 전 총리, 아제딘 미후비 민주국가연합(RND 대표를 비롯해 5명이다.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 결선 투표가 치러진다.
알제리 국민은 민주화를 열망하며 부테플리카를 쫓아냈지만 이번 선거는 논란을 낳았다.
외신에 따르면 이날 알제리 수도 알제에서는 수천명이 모여 대선 반대를 주장하며 행진했다.
시위에 참가한 50세 상인 하미드는 EFE통신에 "나는 알제리가 민주국가가 되기 전까지 투표하지 않을 것"이라며 "나는 권력자들을 향해 '우리가 당신들이 누구인지 알고 있다'고 말하려고 이곳에 왔다"고 말했다.
북부도시 티지우주에서는 경찰이 시위대를 해산하려고 최루가스를 발사했다.
또 알제리 북부 카빌리 등 일부 지역 투표소들은 괴한들에게 공격받는 사건이 발생했다.
AFP는 대선 반대 시위의 영향으로 투표율이 매우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시위대는 대선 후보들이 모두 과거 부테플리카 정권과 관련된 인물이라며 투표 거부를 촉구해왔다.
알제리에서는 새 대통령이 뽑혀도 군부가 정치에 계속 관여할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아흐메드 가이드 살라 육군참모총장은 그동안 알제리 정국이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했다.
앞서 1999년부터 20년간 집권한 부테플리카는 5선을 노렸다가 올해 2월부터 전국적인 퇴진 시위에 직면한 뒤 지난 4월 초 물러났다.
부테플리카는 2013년부터 뇌졸중 등 건강 문제로 공식 석상에 거의 나타나지 않았고 그동안 권위주의적 통치와 부패 논란으로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
부테플리카 퇴진 이후 압델카데르 벤살라 상원의장이 임시대통령에 올랐지만 부테플리카 측근들의 전면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는 계속됐다.
알제리는 프랑스를 상대로 8년의 독립전쟁 끝에 1962년 독립했고 1992년부터 정부군과 이슬람 무장세력의 내전이 10년 넘게 이어지는 등 혼란을 겪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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