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 좌파 정권 출범 직후 도착…볼리비아와 더 가까워져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볼리비아 대선 부정 논란으로 물러난 후 멕시코에 망명 중이던 에보 모랄레스 전 대통령이 볼리비아에서 더 가까운 남미 아르헨티나로 망명지를 옮겼다.
펠리페 솔라 아르헨티나 외교장관은 12일(현지시간) 오전 현지 보도채널 TN에 "모랄레스가 방금 (부에노스아이레스 인근) 에세이사 공항에 도착했다"고 전했다.
솔라 장관은 알바로 가르시아 리네라 전 부통령과 전 장관을 비롯한 측근들도 함께 도착했다며 "아르헨티나에 머물기 위해 온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장관에 따르면 모랄레스 일행은 전날 밤 '정치적 망명'을 신청했고 이를 아르헨티나 정부가 받아들이면서 이날 오전 입국했다. 모랄레스는 도착 후 난민 지위를 신청했다.
모랄레스 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로 "가장 낮은 이들을 위해 계속 투쟁하고, 위대한 조국을 하나로 만들기 위해 아르헨티나에 왔다"며 "난 강하고 고무된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아르헨티나와 멕시코 정부에 감사를 전하면서 "멕시코가 내 목숨을 구하고 나를 보호해줬다. 멕시코 형제자매들과 함께 한 달간 내 집처럼 편히 지냈다"며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에 거듭 고마움을 표시했다.
모랄레스는 그보다 앞서 지난달 아르헨티나에 도착한 딸 에발리스, 아들 알바로와 함께 지낼 예정이다.
볼리비아 첫 원주민 대통령으로 14년 가까이 집권했던 모랄레스는 4선 연임에 도전한 지난 10월 대선에서 부정 의혹이 일며 퇴진 압력이 거세지자 지난달 10일 쫓기듯 물러났다.
사임 이튿날 곧바로 멕시코 망명길에 올라 한 달 가까이 머물다 지난 6일 밤 멕시코를 떠나 쿠바로 향했다.
모랄레스 측은 진료를 위한 일시적 방문이라고 설명했지만 당시 일부 언론은 모랄레스가 쿠바를 거쳐 아르헨티나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아르헨티나에는 지난 10일 중도좌파 성향의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대통령이 취임하며 4년 만에 좌파 정권이 들어섰다. 부통령인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전 대통령은 2007∼2015년 집권 당시 모랄레스 정권과 가깝게 지내기도 했다.
모랄레스는 볼리비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아르헨티나가 볼리비아 복귀와 정치적 재기를 모색하기에 더 적당한 망명지로 판단하고, 좌파 정권이 정식으로 출범하기를 기다려 이동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날 솔라 장관은 "멀리 떨어진 멕시코보다는 이곳을 더 편하게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멕시코에서는 정치적 망명자 신분으로 머물렀던 모랄레스가 아르헨티나에서 난민 지위를 인정 받으면 본국 송환 등으로부터 더 보호를 받게 된다.
난민은 본국에서 정치·종교 등의 이유로 박해받을 우려가 있다고 인정받은 이들로, 정부 허가만 필요한 정치적 망명과 달리 심사를 거쳐야 자격이 부여된다.
이날 볼리비아 임시정부의 카렌 롱가릭 외교장관은 "아르헨티나가 망명·난민과 관련한 원칙을 엄격히 적용하길 바란다"며 모랄레스가 멕시코에서처럼 공공연하게 정치적 발언을 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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