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유기업도 더는 안전 투자처 아냐…불안감 확산
(서울=연합뉴스) 김대호 기자 = 중국 정부 소유의 대규모 종합상사인 톈진물산(天津物産·Tewoo)그룹의 디폴트(채무불이행)로 투자자들의 손실이 눈덩이처럼 커졌다.
13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한 때 포천 글로벌 500대 기업에 포함됐던 톈진물산은 총 12억5천만달러(1조3천억원) 규모의 달러화 채권 투자자 중 57%가 만기에 따라 달러당 37~67센트만 받는 데 동의했다는 내용의 채무조정안을 발표했다.
채권자의 22.6%는 지금 채권을 대폭 할인한 새 채권으로 교환하기로 했다.
나머지 채권자들의 달러화 채권은 다른 위안화 채권과 함께 처리 방향이 정해진다.
이는 중국에서 20년 만에 발생한 가장 큰 규모의 달러화 채권 디폴트로, 부채에 과다하게 의존해 온 중국 경제에 대한 심판이라는 평가 마저 나온다.
투자자들이 손실을 고스란히 떠안는 국유기업 사상 전대미문의 이번 채무 조정은 또 과잉부채에 시달리는 다른 국유기업들의 처리 기준이 될 것으로 보여,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중국 국유기업도 더는 안전하지 않다는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다.
무디스의 아이번 정 애널리스트는 "우리(중국) 기준의 한 디폴트 형식"이라고 전제하면서 채무조정이 투자자들의 손실을 초래했다고 말했다.
톈진물산은 이미 지난달부터 투자자들 사이에서 디폴트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소문이 돌았다.
톈진물산의 디폴트는 30년 만에 찾아온 최악의 경기둔화로 어려움에 빠진 국유기업들에 자금을 지원하는 중국 정부의 능력이 한계에 도달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앞으로 한계기업들의 처리가 더욱 시장 친화적인 방법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루크로 애널리틱스의 아시아 담당 책임자인 찰스 맥그리거는 "이번 채무조정이 시장에 더 많은 교훈을 주고 투자자들이 눈앞의 위험을 적절하게 평가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톈진물산은 톈진 정부 소유로 물류와 광산, 자동차, 항만 등의 사업을 하며, 미국과 독일, 일본, 싱가포르에도 진출해 있다.
작년에는 포천 글로벌 500대 기업에서 132위를 기록, 차이나텔레콤(中國電信)과 시틱(中信)그룹 등보다 앞섰다.
2017년 기준 매출액은 666억달러고, 이익은 1억2천200만달러, 자산가치는 383억달러를 기록했으며, 1만7천명 이상의 직원을 거느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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