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항공사, 돌연 운항중단 발표…항의·환불 소동

입력 2019-12-13 14:36   수정 2019-12-13 15:04

대만 항공사, 돌연 운항중단 발표…항의·환불 소동

(타이베이=연합뉴스) 김철문 통신원 = 대만의 한 항공사가 춘제(春節·설)를 한달여 앞두고 돌연 운항 중단을 발표해 성난 예약자들이 항의와 함께 환불을 요구하는 소동이 벌어졌다고 대만 언론이 13일 보도했다.
빈과일보 등에 따르면 62년 역사를 지닌 원동(遠東·FAT)항공은 전날 오후 사전 예고 없이 영업실적 부진을 이유로 운항 중단을 발표했다.

원동항공 황위치(黃育祺) 부사장 등은 이날 민항국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회사를 대표해 사과의 뜻을 전하면서 현재 3천만 대만달러(약 11억원)의 자금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운항 중단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원동항공의 거래은행 측은 대출금액이 22억여 대만달러에 달한다고 밝혀 채무 규모를 들러싼 논란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대만 교통부 산하 민항국의 팡즈원(方志文) 부국장은 최근 원동항공 감사에서 재무상의 일부 문제점이 발견됐지만 이전에는 장강웨이(張綱維) 회장이 해결해 문제가 발생한 적이 없었다고 밝혔다.
팡 부국장은 그러면서 전날 항공사 측이 사전 예고 없이 운항 중단을 발표한 것은 60일 전에 사전 신청해야 하는 규정을 준수하지 않아 300만 대만달러의 벌금 부과와 허가 취소를 신청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 회장에 대해서는 검찰에서 조사에 나설 것이라면서 법규 위반 사실이 드러나면 최고 3년 이하의 징역과 2억 대만달러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장 회장은 '사기'와 '양안(중국과 대만) 불경기'로 인해 자신이 투자한 9억 대만달러로도 부족하다면서 죽음으로 사과하겠다는 유서를 회사를 통해 발표해 논란이 증폭되기도 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북부 타이베이(台北)의 쑹산(松山) 공항 등에 성난 항공권 구매자들이 몰려들어 환불을 요구하는 등 극심한 혼잡이 빚어졌다.
논란이 일자 민항국은 원동항공 측이 판매한 항공권에 대해서는 항공사의 소비자신탁기금이 충분한 만큼 환불 등에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또 민항국은 대만의 외곽섬인 진먼(金門)과 펑후(澎湖) 등에 취항 중인 원동항공의 운항 중단에 따라 리룽(立榮)항공과 화신(華信)항공에 14개 항공편의 임시 증편과 교체 등으로 협조를 요청했다.
민항국은 현재 원동항공을 이용해 출국한 여행객들이 500여명으로 대부분 단체 관광객이라며 관광국을 통해 협조를 요청한 상태라고 밝혔다.
1957년 설립된 원동항공은 1970년대 대만 항공업계의 선두주자로 부상했으나 추이융(崔湧) 전 회장의 횡령 및 해외 도피로 운항 중단과 파산 등 부침을 겪다가 2009년 화푸(樺福)그룹 장강웨이 회장에게 인수되면서 2011년 운항을 재개했다.
현재 제주국제공항 및 중국과 일본 노선에도 운항하고 있다.

빈과일보는 항공업계의 인사를 인용해 새로 구매한 여객기의 좌석 부족, 올해 6월 미국 법원에서 비행기 임대 회사와의 계약 분쟁에서의 패소, '원동코인'(ALLN)이라는 가상화폐의 발행 실패를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보도했다.
한편 중앙통신사는 전날 야당인 국민당의 한궈위(韓國瑜) 대선 후보가 13일 진먼에서 개최될 예정인 진먼경선총본부 결성 대회에 참가할 예정이었으나 원동 항공의 사태로 일정을 취소했다고 보도했다.
jinbi100@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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