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화단결 이념, 세계화의 전략경영 이념으로 발전돼야" 등 어록 남겨
(서울=연합뉴스) 김준억 기자 = 14일 타계한 고(故) 구자경 LG 명예회장은 평소 인화(人和), 인재, 혁신, 연구개발 등을 강조한 말들을 남겼다.
고인은 LG그룹 2대 회장으로 25년간 그룹을 이끌면서 선친의 뜻을 받들어 인화, 인재, 혁신을 중시하는 경영철학을 실천했다.
구 명예회장은 글로벌 경쟁이 예고되던 1986년 관리자 연수회에서 인화단결의 이념을 세계화의 전략경영 이념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LG그룹 2대 회장' 구자경 명예회장 별세…향년 94세 / 연합뉴스 (Yonhapnews)
그는 "창업 이후 자랑스럽게 지켜온 인화단결의 이념은 바로 전략경영시대에 있어서도 변함없는 우리의 정신적 바탕"이라며 "전략경영의 전개 과정에서 '인화'는 인간중시의 경영, 소비자를 알고 존중하는 경영, 나아가 국민을 알고 위할 줄 아는 경영, 더 나아가 인류의 장래에 기여하고자 하는 정신을 포용하는 '세계화의 전략경영 이념'으로 승화 발전돼야 한다"고 했다.
부친의 부름을 받기 전 교편을 잡았던 구 명예회장은 인재 양성에도 남다른 뜻을 펼쳤다.
그는 1984년 신임 경영자과정에서 '그룹의 젊은 경영자들이 할 일'을 주제로 한 강연에서 "기업의 성장은 그 기업을 구성하고 있는 인적인 요소와 질적인 요소의 결합에 의해서 이뤄진다"면서도 "그러나 문제는 결국 사람"이라고 말했다.
당시에는 기술력이 기업의 성패를 좌우할 정도로 기업이 중요했지만, 고인은 "기술은 곧 사람의 것"이라며 "모든 분야에서 경쟁의 핵심은 결국 사람이다. 일등의 사람들이 일등의 기업을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인의 인재양성에 대한 철학은 LG연암문화재단과 LG연암학원, LG상남도서관 등의 활동을 통해서도 드러났다.
그는 은퇴 후 발간한 저서 '오직 이 길밖에 없다'(2012년)에서 "인재란 '그 시대에 필요한 능력과 사명감으로 꽉 찬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러한 인재는 수많은 사람 가운데서 '스스로 성장하며 변신하고 육성되는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인재를 생각할 때 완성된 작은 그릇이기보다는 가꾸어 크게 키울 수 있는 미완의 대기에 더 큰 기대를 걸어왔다"고 했다.
구 명예회장은 70세이던 1995년 재계의 관행보다 이른 은퇴를 결심했던 것은 혁신을 앞세웠던 경영철학이 바탕이 됐다.
그는 1984년 그룹 사보 '럭키금성' 창간사에서 기업의 사명을 '끊임없는 자기 혁신'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생산경제의 주체인 기업이 사회 속에서 그 역할을 다하는 길은 우선 기업 본래의 활동에 있어서 끊임없이 혁신함으로써 산업고도화를 이룩하는 것이고, 그런 과정을 통해서 많은 사람의 복된 생활과 사회복지에 기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혁신을 중시하는 경영철학은 장남에게 경영권을 넘기던 1995년 2월 회장 이임사에서도 드러난다.
고인은 "혁신은 종착역이 없는 여정이며 영원한 진행형의 과제"라며 "신임 경영자들을 중심으로 혁신을 더욱 가속화해 내 평생의 숙원과 우리 모두의 꿈을 반드시 이루어주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구 명예회장은 연구개발(R&D)에도 매진해 LG를 글로벌 기업이 되는 기틀을 마련했다.
그는 1983년 전국경제인연합회 최고경영자 과정 특강에서 연구개발이 기엄 성장의 요체라고 역설했다.
그는 "기술우위를 통해서 앞서가는 제품을 만들어 내고, 품질에 대한 신뢰를 심어 나감으로써 시장을 개척해 나가는 것이 기업성장의 요체"라고 말했다.
이어 "기업활동이라는 것이 하루 이틀하고 끝낼 일이 아니라면 역시 연구개발을 바탕으로 해서 끊임없이 새로운 제품을 기업화하고, 그 제품들이 품질면에서나 가격면에서 소비자들의 요구를 충족할 수 있도록 하는 데 노력을 집중해야 기업이 영속적으로 살아남고 꾸준히 성장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구 명예회장은 저서 '오직 이 길밖에 없다'에서도 "세계 최고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달려가서 배우고, 거기에 우리의 지식과 지혜를 결합하여 철저하게 우리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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