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합의, 아직 숲밖에 안 나와"…경계론 여전

입력 2019-12-15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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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합의, 아직 숲밖에 안 나와"…경계론 여전
중국의 美농산물 구매 등 세부 내용 미공개…전문가들 "차질 가능성도"
1단계 넘어가도 中 산업 보조금·국영기업 지원 등 '골칫덩이' 쟁점들 대기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미국과 중국이 1단계 무역 합의를 체결하기로 의견을 모았지만 아직 많은 세부 내용이 공개되지 않은 가운데 전문가들은 향후 협상 차질 가능성도 여전하다고 경고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5일 '잠정 합의에도 미중 무역 협상은 왜 숲 밖으로 나오지 못했나'라는 제목의 분석 기사에서 "많은 디테일이 발표되지 않았고, 많은 골치 아픈 이슈들이 해결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미중 1단계 무역 합의의 핵심은 중국이 농산물을 비롯한 미국 상품과 서비스 구매를 대폭 확대하는 대가로 미국은 대중 관세를 완화하는 것이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중국이 향후 2년간 제조업, 에너지, 농업, 서비스 등 4개 분야에 집중해 2천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제품·서비스의 추가 구매를 약속했다고 밝혔다.
특히 중국이 향후 2년에 걸쳐 320억달러(약 37조5천40억원) 규모의 미국산 농산물을 더 구매하기로 합의했다고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설명했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이와 관련한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고 있어 향후 중국의 구매 확대 방안 해석 문제를 놓고 양측 간의 이견이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여전하다.
중국 정부는 13일 무역 협상에 관여한 차관급 당국자들이 대거 참석한 가운데 심야 기자회견을 열었지만 미국 상품 구매 확대 등 핵심 이슈와 관련해서는 추상적인 방향성만 제시했을 뿐 핵심적인 정보를 공개하지는 않았다.
도리어 중국은 자국이 미국 농산물 구매를 확대해도 시장 수요에 따라 필요한 만큼만 살 것이라는 입장을 강조해 미국과 묘한 입장 차이를 보였다.
핵심 쟁점인 관세 분야를 둘러싸고도 미중 간 동상이몽(同床異夢)의 조짐이 보인다.
중국 정부는 공식 성명을 통해 미국이 확정 발표한 관세 보류 및 관세율 인하 조치 외에도 향후 단계적으로 기존 관세를 없애기로 약속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남은 대중 관세를 '2단계 무역 협상'의 대중 압박용 지렛대로 쓰겠다는 뜻을 뚜렷하게 밝혀 양국의 남은 대중 관세를 둘러싼 인식 차이를 드러냈다.
중국 정부의 싱크탱크인 사회과학원의 뤼샹 연구원은 SCMP에 "채워져야 할 공백들이 여전히 있다"며 "중국은 미국이 더 많은 관세를 없애기로 했다고 공개했지만 미국 측 성명에는 이런 내용이 반영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1단계 무역 합의 체결 후 시장의 반응도 그리 뜨겁지 않았다.
무역 합의 타결 소식이 전해진 13일 뉴욕 증시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를 비롯한 주요 지수는 세부 사항에 관한 실망감에 강보합권에서 거래를 마쳤다.
일단 한숨을 돌리게 된 중국도 1단계 무역 합의 타결에 그다지 환호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미국의 추가 관세 부과를 막고 기존 관세율을 일부 낮췄다는 점에서 중국 지도부도 일정한 성과를 낸 셈이다.
하지만 자국 경제를 강하게 짓누르고 있는 미국의 대중 관세가 아직 대부분 남았고, 통상 분야에서 시작된 미국의 대중 압박이 외교·군사·기술·인권 등 전방위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국이 안도의 한숨을 돌릴 여유는 없는 상황이다.
이런 인식을 반영한 듯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14일(현지시간) 슬로베니아 방문 중에 미중 1단계 무역 합의가 전 세계에 좋은 소식이라면서도 아직 미중 관계에서 처리해야 할 문제가 많다고 언급했다.
중국의 관영 매체들 역시 이번 합의가 미국과 중국의 '새 출발'이라고 의미를 부여하면서도 적극적으로 자국의 승리로 포장하지는 않는 분위기다.
양국이 1단계 무역 합의에 최종 서명해도 향후 양국 간에 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가 남아 있다.
미국과 중국은 이번 합의에서 중국의 대규모 미 상품·서비스 구매 외에도 ▲ 지식재산권 ▲ 기술 이전 (강요) ▲ 금융 시장 개방 확대 ▲ 위안화 환율 등 이른바 중국의 변화를 위한 '구조적 문제'와 관련한 이슈도 일부 포함되기는 했다.
하지만 중국은 이미 지식재산 및 강제 기술이전 방지, 금융 시장 개방 등 이슈들과 관련해 내부적으로 관련 법제를 정비하는 등 충분한 노력을 보여왔다는 점에서 이번 합의를 계기로 선언적 의미를 넘는 변화를 끌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1단계 합의를 넘어서 2단계 논의 단계에 진입하면 대표적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지목되는 중국의 산업 보조금 문제나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 국영기업 개혁 등의 '진짜 쟁점'들이 대기하고 있다.
이 문제에서 중국은 자국의 경제 주권을 양보할 수 없다는 강경한 태도를 보여왔다.
ch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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