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들 벽에 밀쳐놓아야" 발언에 극우매체 "카스트로 같다"
"스웨덴어로는 '누군가에게 책임을 추궁한다'는 뜻…오해했다면 사과"
(서울=연합뉴스) 현혜란 기자 = 스웨덴 출신 청소년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16)가 영어로 진행한 연설의 한 표현이 논란이 되자 곧바로 사과했다.
툰베리는 지난 13일(현지시간)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열린 기후변화 대응촉구 집회에서 "세계 지도자들은 여전히 책임지지 않으려 하고 있다"며 "그들이 도망칠 수 없게 만들어야 한다. 그들을 벽에 밀쳐놓고 우리의 미래를 보호하는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25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5)가 뚜렷한 결론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한 발언이다.
논란이 된 표현은 기후변화 위기를 외면하려 하는 세계 정상들에게 행동에 나설 것을 촉구하며 그들을 "벽에 밀쳐놓아야 한다"(put them against the wall)고 한 발언인데, 이게 극우성향 인사들에게 빌미를 제공했다.
극우 매체 브레이트바트는 14일 '벽에 밀쳐놓아야 한다'는 툰베리의 표현이 젊은 혁명가들 사이에서 흔히 쓰이는 폭력을 옹호하는 은어라며 툰베리가 쿠바 혁명의 주역 피델 카스트로를 떠올리게 한다고 주장했다.
브레이트바트는 또한 집회 당일 툰베리가 입고 있던 노란색 우비가 석유를 기반으로 한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환경운동을 하는 툰베리의 진정성을 의심하기도 했다.
해당 기사는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활발히 공유됐고, 툰베리를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은 툰베리의 발언이 폭력적이었다는 등 기사를 옹호하는 댓글을 달기도 했다.
이러한 반응을 접한 툰베리는 트위터에 "어제 세계 지도자들에게 책임을 촉구하면서 유감스럽게도 '그들을 벽에 밀쳐놓아야 한다'고 말했는데 이건 스웨덴어를 그대로 영어로 옮긴 표현(swenglish)"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스웨덴어로 '누군가를 벽에 밀친다'는 것은 그 사람에게 책임을 묻는다는 뜻"이라며 "모국어가 아닌 외국어로 이야기하다보니 이런 일이 발생했다"고 해명했다.
툰베리는 "그러나 누군가 이 말을 오해했다면 사과한다"며 "나 자신을 비롯해 학교 파업 운동은 그 어떤 형태의 폭력에도 반대한다는 점은 말할 필요도 없지만 어쨌든 말한다"고 덧붙였다.
툰베리는 2018년 8월 매주 금요일 학교에 가는 대신 스웨덴 의회 앞에서 기후변화 대응에 나설 것을 촉구하는 시위를 시작했고, 이는 금세 전 세계 100여개 도시에서 '미래를 위한 금요일'(Fridays for Future) 운동으로 발전했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올해의 인물'로 선정한 툰베리는 지난 9월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기후행동 정상회의에서 기후변화 위기에 무책임한 어른들을 질책하는 연설을 하는 등 환경운동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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