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한성간 기자 = 폐경과 함께 여성 호르몬이 끊어지면서 겪게 되는 갱년기 장애를 해소하기 위해 여성 호르몬제제를 투여하는 호르몬 대체요법(HRT: hormone replacement therapy)이 흔히 사용된다.
HRT에는 주로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틴이 혼합된 경구용 호르몬제제가 사용된다. 에스트로겐만 투여하면 자궁암 위험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궁을 절제한 여성은 에스트로겐을 단독 투여할 수 있다.
HRT는 그러나 유방암 위험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가급적 단기 투여하도록 권장되고 있다.
그런데 혼합 HRT는 끊어도 그로부터 20년 가까이 유방암 위험이 높아질 수 있으며 에스트로겐 단독요법은 그 반대로 유방암 위험이 낮아질 수 있다는 새로운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로스엔젤레스 캘리포니아대학 메디컬센터의 로원 츨레보우스키 박사 연구팀은 '2019 샌앤토니오 유방암 심포지엄'에서 이 같은 연구결과를 발표했다고 AP 통신이 14일 보도했다.
여성건강계획(WHI: Women's Health Initiative) 참가 폐경 여성 1만6천여 명(50~70세)을 대상으로 1990년대에 시작된 대규모 임상시험의 후속 연구에서 이 같은 사실이 밝혀졌다는 것이다.
이 임상시험은 당초 심장병, 골다공증 등 폐경 후 위험이 높아지는 질환을 예방하는 데 HRT가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 아래 시작됐다.
참가 여성은 두 그룹으로 나뉘어 한 그룹엔 HRT, 다른 그룹엔 위약(placebo)이 5~6년 간 투여됐다.
그러나 2002년 HRT가 오히려 심장병과 유방암 위험을 크게 높인다는 놀라운 사실이 밝혀지면서 임상시험은 중단됐다.
HRT 여성들에게는 호르몬제제를 끊도록 했다. 연구팀은 그러나 이들 중 약 3분의 2에 대해서는 그 후에도 정보를 수집하면서 20년 가까이 추적 연구를 진행해 왔다.
그 결과를 츨레보우스키 박사 연구팀이 발표한 것이다.
임상시험이 중단된 후 약 19년 사이에 과거 임상시험 초기에 혼합 호르몬제제가 투여됐던 그룹에서 572명, 위약이 투여됐던 대조군에서는 431명이 유방암이 발생했다.
오랜 기간 동안 혼합 호르몬제제 그룹에서 141명의 유방암 환자가 더 발생한 셈이지만 이는 발생률로 따지면 29% 높은 것이다.
한편 자궁 절제로 자궁이 없기 때문에 에스트로겐 또는 위약이 투여된 그룹에서는 에스트로겐 그룹에서 231명, 대조군에서 289명이 유방암이 발생, 에스트로겐 그룹이 오히려 유방암 위험이 23%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결과는 그러나 지금까지 발표된 일부 관찰연구(observational study) 결과들과는 반대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폐경과 관련된 질병을 예방하기 위해 HRT를 사용해서는 안 되며 다만 갱년기 증상이 아주 심할 경우 의사와 상의 아래 득과 실을 따져 본 후 HRT를 시도해야 할 것이라고 츨레보우스키 박사는 강조했다.
이에 대해 MD 앤더슨 암센터의 유방암 전문의 제니퍼 리턴 박사는 HRT 사용자들은 주기적으로 유방암 검사를 받도록 한 지침을 반드시 따라야 할 것이라고 논평했다.
sk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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