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청한 유권자' 발언 논란에 노동당 동료 간 법정 다툼 예고
노동당 지도부, "BBC 등 언론 때문에 졌다" 주장
(런던=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 1930년대 이후 최악의 총선 패배를 기록한 영국 제1야당 노동당이 자중지란에 빠졌다.
참패 요인을 놓고 지도부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동료 간에 설전을 벌이다 법적 다툼까지 벌어질 위기에 처했다.
16일(현지시간) 스카이 뉴스, 일간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노동당 예비내각 외무장관이자 북런던 지역에서 다시 당선된 에밀리 손베리 의원은 이날 이번 총선에서 탈락한 캐럴라인 플린트 전 의원에 대한 소송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플린트 전 의원이 지난 주말 스카이 뉴스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벌어졌다.
플린트 전 의원은 잉글랜드 북부 돈 밸리 지역구에서 의원직 수성에 나섰다가 낙선했다.
플린트 전 의원을 비롯해 '붉은 벽'(red wall)으로 불리며 전통적인 노동당 지지 지역이었던 미들랜즈와 잉글랜드 북부에서 이번에 노동당 후보가 보수당에 밀려 대거 고배를 마셨다.
플린트는 이번 선거 패배 요인 중 하나로 노동당 내 유럽연합(EU) 잔류 지지자들을 지목했다.
이들 때문에 EU 탈퇴 여론이 우세했던 잉글랜드 북부 지역에서 노동당이 의석을 대거 잃으며 참패를 당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손베리 의원, 키어 스타머 예비내각 브렉시트부 장관 등이 이같은 EU 탈퇴 지지 유권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플린트 전 의원은 "그녀(손베리)는 내 동료 중 한 명에게 '내 지역구 유권자들은 당신들 지역구 유권자들만큼 멍청하지 않아서 기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손베리 의원은 그러나 플린트 전 의원의 이같은 발언은 지어낸 것으로 자신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차기 노동당 대표 후보군 중 한 명인 손베리 의원은 플린트 전 의원의 발언에 대해 "완전히 거짓말"이라며 "사람들이 사실을 가지고 나를 헐뜯는 것은 묵묵히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러나 나에 대해 거짓을 지어낼 수는 없다. 만약 그렇게 한다면 법정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손베리는 플린트에게 연락해 발언을 취소할 것을 요구했지만 거부한 만큼 법적 대응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이번 패배를 언론 탓으로 돌리는 노동당 정치인들의 발언도 계속 나오고 있다.
앤디 맥도널드 예비내각 교통부 장관은 이날 BBC 라디오에 출연한 자리에서 노동당 패배에 BBC가 일정 정도 역할을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노동당 패배에 제러미 코빈 대표의 역할이 컸는지를 묻자 "나는 공영방송에 대해 매우 우려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BBC를 말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그는 "그들이 역할을 했다. 그러한 기류에 우려를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BBC가 공정하게 행동했다고 주장한다면 나는 그들이 정말로 거울을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BBC가 의식적으로 그렇게 했느냐'는 질문에는 "의식적으로, 그렇다"고 답변했다.
앞서 코빈 대표는 전날 옵서버 기고문에서 이번 총선 패배 요인과 관련해 언론의 노동당에 대한 공격을 지적했다.
존 맥도넬 예비내각 재무장관 역시 코빈 대표에 대한 언론의 묘사에 문제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들은 (노동당 전 대표인) 에드 밀리밴드와 닐 키넉에게 했던 것과 똑같은 짓을 했다"면서 "누구든지 간에 기득권층에 도전하는 이들은 이같은 방식으로 묘사될 것"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언론에 대한 불만은 선거에서 승리한 보수당도 마찬가지다.
보리스 존슨 총리는 총선 캠페인 기간 'TV 라이선스'로 불리는 BBC 시청료를 내지 않더라도 처벌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영국에서는 컬러 TV 보유자는 연간 154.5 파운드(약 24만원), 흑백 TV는 52 파운드(약 8만원)를 의무적으로 내야 한다. 미납부할 경우 범법행위에 해당한다.
이와 관련해 총리실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정부는 BBC 라이선스 미납부를 형사처벌 대상에서 제외해야 하는지에 관한 검토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수당은 총선 캠페인 기간 BBC가 EU 잔류 친화적인 편향성을 갖고 있다며 라디오 출연을 거부하는 등의 조치를 취한 바 있다.
pdhis9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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