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토니아 대통령이 사과…마린 총리 "수납원도 총리 되는 핀란드 자랑스러워"
(서울=연합뉴스) 김성진 기자 = 세계 최연소 총리인 산나 마린(34) 핀란드 총리를 이웃 나라인 에스토니아의 70대 내무장관이 '여점원'(sales girl)이라고 조롱했다가 에스토니아 대통령이 부랴부랴 사과하는 일이 벌어졌다.
17일 로이터,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북유럽 핀란드와 발트해를 사이에 둔 에스토니아의 내무장관 마르트 헬메(70)는 마린 총리와 연립정부 지도자 4명이 모두 35세 이하 여성인 점을 들어 직무능력에 의문을 표했다.
극우성향인 에스토니아국민보수당(EKRE)의 당수인 헬메는 15일 당 라디오 토크쇼에서 "이제 우리는 한 젊은 여자 판매원이 총리가 되고 다른 거리의 활동가들과 교육받지 않은 사람들이 내각에 합류한 걸 본다"고 말했다.
이에 에스토니아의 여성 대통령인 케르스티 칼률라이드는 핀란드 대통령 사울리 니니스퇴에게 자신의 사과를 마린 총리 내각에 전달해달라고 말했다.
마린 총리는 자신이 불우한 환경에서 컸다고 말해왔고 실제로 대학에서 공부해 정치 경력을 밟기 전 현금 수납원으로 일하기도 했다.
그는 헬메 장관의 모욕도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트위터에 "난 핀란드를 엄청 자랑스럽게 여긴다"고 썼다.
이어 "여기선 가난한 가정의 아이가 공부해서 인생의 목적을 이룰 수 있다. 현금 수납원도 총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핀란드는 블루칼라 노동자(육체노동자)가 없으면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다. 난 모든 종업원, 상인, 기업가들이 하는 일을 매우 존중한다"고 덧붙였다.
에스토니아 야당은 16일 헬메 장관이 핀란드 지도자들에 대한 부적절한 발언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지 않으면 의회에서 그에 대한 불신임 투표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핀란드와 에스토니아는 문화와 언어에서 강한 유대관계를 갖고 있지만 2008년 러시아와 조지아의 전쟁을 놓고 핀란드 대통령이 에스토니아 대통령에게 '구소련 트라우마'를 갖고 있다고 비판하는 등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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