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EU와 완전결별' 법으로 못 박는다…"전환기간 연장없다"(종합)

입력 2019-12-17 18:36  

英, 'EU와 완전결별' 법으로 못 박는다…"전환기간 연장없다"(종합)
'2020년 말 종료' EU 탈퇴협정 법안에 반영…20일 의회 표결 전망
미래관계 합의 불발시 '노 딜' 우려 잔존…英, 캐나다 모델 무역협정 추진



(서울·런던=연합뉴스) 현혜란 기자 박대한 특파원 =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내년 말 영국이 유럽연합(EU)과 완전히 결별하도록 EU 탈퇴협정 법안(WAB) 수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일간 가디언, BBC 방송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총리실이 준비하고 있는 새로운 탈퇴협정법안은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의 원활한 이행을 위해 설정한 전환(이행)기간을 당초 예정대로 2020년 12월 31일 종료하며, EU에 연장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조항을 추가할 것으로 알려졌다.
총리실 소식통은 "브렉시트 전환기간을 연장하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어떤 연장 (요청)에도 정부가 동의하지 못하도록 법으로 금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WAB는 영국과 EU 간 합의한 탈퇴협정을 이행하기 위해 영국 내부적으로 필요한 각종 법안을 말한다.
존슨 총리는 당초 지난 10월 WAB를 의회에 상정해 제2독회(讀會) 관문까지 넘었으나 신속처리 합의에 실패하면서 결국 브렉시트 추가 연기를 결정했다.
앞서 영국과 EU 간 브렉시트 합의에 따르면 양측은 브렉시트의 원활한 이행을 위해 내년 12월 31일까지를 전환(이행)기간으로 설정했다.
이에 따라 내년 1월 31일 예정대로 영국이 브렉시트를 단행하더라도 연말까지는 현재와 같은 체제가 유지된다.
구체적으로 영국은 전환기간 EU 단일시장과 관세동맹에 잔류하며, EU 법을 따라야 하지만 EU 기관 투표권은 갖지 못한다.
양측은 전환기간 무역협정을 포함해 미래관계 협상을 진행하게 된다.
만약 미래관계 협상이 시한 내 마무리될 가능성이 없을 경우 전환기간은 한 차례에 한해 최대 2년을 연장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내년 7월 1일까지 양측이 모두 연장에 동의해야 한다.
브렉시트 전환기간 연장 배제를 명문화한 WAB는 오는 20일 의회에 상정돼 표결에 부쳐질 예정이다. 새로 꾸려진 의회에서 존슨 총리가 이끄는 보수당이 과반을 차지한 만큼 법안 통과는 무리가 없을 전망이다.
당초 일각에서는 존슨 총리가 하원에서 안정적인 과반을 확보해 당내 브렉시트 강경론자 의존도가 낮아진 만큼 향후 EU와 보다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소프트 브렉시트'(soft Brexit)쪽으로 정책 방향을 바꿀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그러나 존슨 총리는 이번 총선 승리의 요인이 된 EU 탈퇴 지지자들을 계속 붙잡기 위해 전환기간 연장 배제를 포함한 강경한 입장을 유지하기로 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전환기간 연장 배제가 오히려 양측의 협상 합의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마크 카니 영란은행 총재는 "가장 최악의 시나리오는 영국과 EU가 어떤 합의에도 이르지 못하는 무질서한 브렉시트였는데 이번 선거 결과와 새 정부의 의지를 봤을 때 그럴 가능성은 작아졌다"고 평가했다.
다만 카니 총재는 "가능성이 작아졌을 뿐 ('노 딜') 시나리오와 위험은 여전히 남아있다"고 덧붙였다.
만약 양측이 전환기간을 연장하지 않은 상황에서 내년 말까지 미래관계 합의에도 도달하지 못하면 '노 딜' 브렉시트가 발생하게 된다. 이 경우 양측은 세계무역기구(WTO) 체제를 적용받아 교역을 하게 된다.
키어 스타머 노동당 예비내각 브렉시트부 장관은 이같은 전환기간 연장 배제는 "무모하고 무책임하다"면서 존슨 총리가 "사람들의 일자리를 위험에 빠뜨리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브렉시트 전환기간 연장은 없다고 의지를 다지는 영국 정부와 달리 EU 내부에서는 전환기간 연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자유무역협정(FTA)을 비롯해 무역, 안보, 외교정책, 교통 등 영국과 EU가 협상해야 할 분야가 방대한 데 비해 전환기간은 11개월로 촉박하다는 이유에서다.
미셸 바르니에 EU 브렉시트 협상 수석대표 역시 전환기간 내 미래관계 합의 가능성에 회의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EU 내에서는 시한이 촉박한 만큼 양측이 우선순위에 집중해 합의에 도달한 뒤 나머지 미해결 쟁점은 추후 논의를 시도하는 방식을 택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양측 간 미래관계와 관련해 존슨 총리는 지난 2016년 체결된 EU-캐나다 FTA인 '포괄적 경제무역협정'(CETA) 모델을 원하고 있다.
캐나다 모델의 경우 상품의 자유무역에 초점을 맞췄다. 다만 비관세장벽이 형성될 수 있으며, 서비스 교역과 관련한 접근성도 현재보다 제한된다.
존슨 총리는 외무장관 시절부터 영국이 캐나다 모델과 같은 느슨한 형태의 FTA를 기반으로 한 이른바 '슈퍼 캐나다'(Super Canada) FTA를 체결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그는 아울러 EU와의 높은 수준의 규제일치 요구도 받아들이지 않을 방침이다. 규제일치는 브렉시트 후에도 영국이 EU 규제 등을 반영해 적용하는 것을 말한다.
자동차, 제약, 항공산업 등의 기업들은 EU 공급망 내에 포함돼 있어 양측의 규제가 다를 경우 규제 국경에 따른 공급망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
한편, 존슨 총리의 WAB 수정 추진 소식이 전해지면서 영국 파운드화 가치는 아시아 외환시장에서 1파운드당 1.3236달러로 전날보다 0.7% 하락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runr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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