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리에 러와 함께 대북 제재 완화안…인도적 지원 강화할듯
(베이징=연합뉴스) 심재훈 특파원 = 중국과 러시아가 16일(현지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를 완화하는 내용의 결의안 초안을 제출한 것으로 전해지자 중국의 의도를 놓고 관심이 쏠리고 있다.
중국은 북한 대외 무역의 90% 이상을 차지해 절대적인 경제 영향력을 미치는 데다 미국에 맞서 러시아와 밀월 관계를 유지하며 사실상 중국의 큰 형님 역할을 자처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17일 베이징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 지도부는 지난 6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방북 이래 북한으로부터 대북 제재 완화에 앞장서 달라는 강력한 주문을 받아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지난 9월 방북했는데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지 못하고 돌아온 것은 유엔의 대북 제재 완화에 중국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데 따른 북한의 불만 표시라는 해석이 많다.
이후 북·중 관계는 수교 70주년임에도 사실상 소원한 국면에 접어들었고 올 하반기로 예상됐던 김정은 위원장의 방중 또한 물 건너간 상황이라 중국으로서도 북한에 성의 표시가 필요한 상황이다.
중국의 한반도 문제 전문가인 문일현 정법대 교수는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이 방북해 북한 최고 지도자를 만나지 못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라면서 "이는 중국이 북미 대화를 권유하면서도 북한이 요구하는 제재 완화에 미온적인 데 대한 불만을 드러낸 것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이 러시아와 함께 대북 금수(禁輸) 품목을 일부 해제하고, 남북 간 '철도·도로 협력 프로젝트'를 제재 대상에서 면제하는 내용이 담긴 대북 제재 완화 결의안 초안을 유엔 안보리에 제출한 것은 일종의 북한 달래기라는 해석이 많다.
북한은 이미 지난 3일 리태성 외무성 미국 담당 부상 명의 담화를 통해 '연말 시한'을 거듭 거론하며 "크리스마스 선물을 무엇으로 선정하는가는 전적으로 미국의 결심에 달려있다"고 경고, '성탄절 도발' 가능성을 예고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북미 간 대화를 통한 비핵화 문제 해결을 강조해온 중국으로서는 사실상 막다른 길에 몰린 북한에 활로를 틔워주기 위해 미묘한 시점에 '대북 제재 완화 카드'를 꺼내 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또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방한해 지난 16일 북한과 접촉을 추진 중이라는 점도 고려해 북미 간 대화 국면 재개를 압박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중국이 대북 제재 완화안이 무산됐다고 해서 자체적으로 제재를 풀 가능성이 거의 없어 보인다. 이는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의무를 저버리는 행위로 향후 안보리 활동에 있어 사실상 배제될 위험이 커지기 때문이다.
그 대신 인도적 지원을 명목으로 비료, 곡물 등의 대규모 지원을 하면서 대북 제재의 틈새를 최대한 활용하는 방식을 택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중국은 오는 24일 쓰촨(四川)성 청두에서 열리는 한중일 정상회의에서도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북미 간 대화와 협상을 통한 북한 핵 문제 해결을 강조하며 북미 간 극한 대치 자제를 촉구할 것으로 보인다.
문일현 교수는 "중국과 러시아의 이번 안보리에 대북 제재 완화안 제출은 대북 협상을 앞둔 미국의 의중이 은연 중에 반영된 것일 수 있다"면서 "아니면 중국과 러시아가 그동안 양자 논의를 통한 만든 새로운 한반도 평화 로드맵일 수도 있어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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