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당 한궈위 지지율 소폭 상승…차이잉원 총통 강세는 여전
천수이볜 총격·쯔위 동정론…막판 돌발 변수 사례도
(타이베이·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김철문 통신원 = 내년 1월 11일 치러질 대만 대선이 20여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대만에서 전례가 없는 정당 사무실 폭발물 공격 기도 사건이 벌어져 막판 대선 판도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에도 관심이 쏠린다.
17일 대만 빈과일보가 대만지표에 의뢰해 지난 9일부터 15일 사이 진행한 대선 여론조사에서 집권 민주진보당 후보인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의 지지율은 47.2%로 중국국민당 후보인 한궈위(韓國瑜) 가오슝(高雄)시 시장의 지지율 17.8%보다 29.4%포인트 높았다.
차이 총통이 한 후보를 계속 크게 앞서갔지만 차이 총통 지지율은 전주보다 3.6%포인트 낮아졌고, 한 시장의 지지율은 전주보다 2.6%포인트 높아지면서 지지율 격차가 소폭 좁혀진 것이 눈에 띈다.
최근 대만 방송국 TVBS 여론조사에서는 차이 총통과 한 시장의 지지율이 각각 46%, 31%로 나타났다.
대만에서는 지난 14일 발생한 국민당 지역 사무실 폭발물 공격 기도 사건으로 국민당 지지층 결집 현상이 일부 나타났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대만 경찰은 지난 14일 가오슝의 한 주택에서 총격전 끝에 타이난(台南)시 국민당사에 폭발물로 의심되는 장비를 설치한 혐의를 받는 우(吳·50)모씨를 체포했다.
용의자가 체포된 곳에서는 고성능 폭발 물질인 TATP(트라이아세톤 트라이페록사이드) 1㎏이 발견됐다.
우씨는 경찰이 쏜 총에 맞아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어 아직 범행 동기 등 사건 배경은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한 시장 측은 이번 사건이 민진당 지지자의 소행이라고 주장하면서 적극적으로 지지층 결집을 시도하고 있다.
한 시장은 지난 14일 유세에서 폭발물 유입 경로를 철저히 밝혀내 대만인들을 안심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발 나아가 차이정위안(蔡正元) 국민당 부비서장은 용의자가 대만 독립파라고 주장하면서 경찰이 배후를 철저히 밝혀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면, 민진당은 이번 사건의 파문이 확산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차이 총통은 이번 사건 직후 대만 시민들에게 침착과 이성을 유지해달라고 주문했다.
과거 대만 총통 선거 과정에서도 막판의 돌발 변수가 박빙의 선거 구도 속에서 특정 후보에게 유리하게 영향을 끼친 적이 있다.
2004년 3월 대만 선거 직전 천수이볜(陳水扁) 전 총통이 거리 유세를 하던 도중 총기 저격을 받아 복부를 스치는 총상을 입었다.
당시 자작극이라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유권자들 사이에 천 총통에 대한 동정론이 일었고, 천 총통은 롄잔(連戰) 국민당 후보를 0.2%포인트의 근소한 표 차로 물리치고 재선에 성공했다.
2016년 대선 때는 대만 출신 걸그룹 트와이스 멤버 쯔위가 한국 방송에 나와 대만 청천백일기를 들었다가 중국 누리꾼들의 강한 비난을 받은 뒤 '반성 동영상'을 올린 일이 대만에서 큰 논란이 됐다.
쯔위를 동정하는 여론이 급격히 커지는 역풍이 불면서 독립 성향의 차이 총통 당선에 작지 않은 영향력을 끼쳤다는 분석이 나온 바 있다.
다만 국민당이 선거 막판 지지층 결집에 나서고 있지만 대만 전문가들은 차이 총통의 재선을 포함한 민진당의 승리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1월 11일 대선은 국회위원인 입법위원 선거와 함께 치러진다.
왕예리(王業立) 대만대 정치학과 교수는 빈과일보에 "현재의 추세로는 민진당이 국회의원 지지도에서도 상승세를 타고 있다"며 "내년 국회에서도 민진당이 처음으로 국회 과반을 차지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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