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동형 비례대표제 원인 지목…의석 배분 맞추려 초과·보정의석 부여
(서울=연합뉴스) 이영섭 기자 =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시행하고 있는 독일 의회가 의원 과다 문제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고 영국 일간 더타임스가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최근 독일 연방하원은 베를린 연방의회 의사당 근처에 컨테이너 사무실 수 채를 들여놓겠다며 건축허가를 신청했다.
현재 709명에 달하는 하원 의원을 비롯해 수천 명의 직원을 수용하기에 의사당과 근방 시설들의 면적이 비좁은 상황인데, 2021년 총선 이후 직원 수가 더 늘어날 전망이기 때문이다.
이대로 가다간 독일 의회가 중국의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거대한 의회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전인대는 대표자 수만 2천980명에 이른다.
독일 의회가 이처럼 비대해진 원인은 독특한 선거제도에 있다.
독일은 전체 의석수 배분이 정당 지지율에 의해 결정되는 완전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택하고 있다.
유권자는 지역구 의원과 정당에 각각 투표하는데, 30%의 득표율을 얻은 정당은 하원 의석 정수 598명의 30%인 179를 배정받게 되는 식이다. 각 정당은 배정받은 의석수를 우선 당선된 지역구 의원으로 채운 후 부족분을 비례대표로 메꾼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특정 정당은 당선된 지역구 의원 수가 배정받은 의석수보다 많은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독일은 이때 초과 지역구 의석을 자르지 않고 인정한다. 그리고 초과 의석수를 감안해 최종적인 의석 배분이 정당 득표율에 비례하도록 각 정당에 보정의석을 또 부여한다.
이 때문에 독일 하원은 선거 때마다 대체로 의석수가 598석을 초과하게 된다.
특히 최근 들어 지역구와 정당 투표에서 각기 다른 정당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이 많아지며 초과·보정의석도 늘어나는 경향이라고 더타임스는 설명했다.
2013년 하원은 총 33석의 초과·보정의석을 배분받았지만, 2017년에는 111석으로 크게 증가했다.
정당들 역시 의원 과다 문제가 심각하다는 점을 인정하지만, 선거제도 개혁 방안에 대해 좀처럼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
현재 원내에선 지역구 의석수 자체를 줄이는 방안과 정당 득표율과 총의석수 배분을 맞추기 위해 보정의석을 부과하는 대신 의석수를 차감하는 방안 등이 논의되고 있다.
young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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