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정부 지원·규제 완화로 카지노산업 급팽창…연매출 40조원 넘어서
'세수 80% 의존' 부작용…경기·정책변동 따라 매출도 '휘청'
마카오 정부, 가족관광·컨벤션·금융산업 육성 등 다각화 힘써
(마카오=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마카오라는 오렌지로부터 즙을 모두 짜버렸다. 이제 마카오는 미국의 라스베이거스나 애틀랜틱시티와 같은 더 성숙한 카지노 시장을 닮아가고 있다"
블룸버그의 데이비드 보닛 애널리스트는 마카오 카지노 산업의 현 상황에 대해 이렇게 진단했다.
그의 진단은 마카오가 현재 처한 문제를 여실히 드러낸다. 라스베이거스를 뛰어넘어 세계 최대 카지노 도시로 성장하면서 그 경제적 과실을 톡톡히 누렸지만, 이제 과도한 카지노 의존이라는 문제가 수면 위로 점점 드러나고 있다.
경기 변동과 정책 리스크에 취약한 카지노 산업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마카오 정부는 컨벤션, 가족관광, 금융 등 다양한 산업 육성에 힘쓰고 있다. 다음 세대를 위한 새로운 '변신'을 시도하는 셈이다.
◇ 中 전폭 지원에 규제 완화 효과…카지노 산업 '폭발 성장'
마카오의 주권이 중국으로 반환된 1999년 마카오는 아시아 외환위기의 타격으로 극도의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국내총생산(GDP)은 1998년과 1999년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보여 1999년 성장률은 -4.2%를 기록했다. 마카오를 찾는 관광객 수는 급감했고, 카지노, 호텔, 식당 등 관련 산업은 심각한 경영난을 겪었다.
반환되자마자 위기에 처한 마카오를 구한 것은 바로 중국 정부였다.
중국 내 모든 지역에서 카지노를 불법화했지만, 마카오에서만 유일하게 합법화해 마카오 카지노 산업의 성장을 정책적으로 보장했다. 중국 경제의 고도성장과 함께 주머니가 두둑해진 중국인들은 카지노를 즐기려고 마카오로 대거 몰려들었다.
이러한 중국 정부의 전폭적 지원에 힘입어 마카오의 경제성장률은 플러스로 돌아서 2000년 3.6%, 2001년 1.5%를 기록했다.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대유행으로 마카오가 어려움을 겪자 중국 정부는 다시 한번 구제책을 내놓았다. 중국 본토인들이 단체관광이 아닌 개인 자격으로 마카오를 방문할 수 있도록 허용했고, 이는 관광객의 급격한 증가로 이어졌다.
위기 때마다 손을 뻗어준 중국 정부의 지원과 더불어 마카오 카지노 산업의 폭발적인 성장을 가능하게 한 것은 마카오 정부의 규제 완화 정책이었다.
2001년 8월 당시 행정 수반이던 에드먼드 호 행정장관은 40년 동안 유지돼온 '도박왕' 스탠리 호의 카지노 독점 체제를 해체하는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스탠리 호는 1962년 처음 카지노 면허를 받은 후 2001년 법령 개정으로 독점적 지위를 잃을 때까지 40년간 마카오 카지노 시장을 독점했다. 마카오 정부 재정의 3분의 2 이상이 그의 카지노가 납부한 세금으로 충당될 정도로 그 위상은 절대적이었다.
좀처럼 무너질 것 같지 않던 독점 체제가 해체되자 외국의 거대 카지노 자본이 밀물처럼 마카오로 쏟아져 들어왔고, 카지노 산업은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독점 체제를 철폐한 마카오 정부는 공개 제안과 심사를 거쳐 2002년 스탠리 호의 SJM 홀딩스를 비롯해 윈 리조트, 갤럭시, 샌즈, MGM 그랜드, 멜코 크라운 등 모두 6개 업체에 20년 동안의 카지노 면허를 내줬다.
지난 2005년에는 미국 라스베이거스 샌즈 그룹이 '샌즈 마카오 카지노'를 처음으로 개장한 후 마카오 카지노 산업은 한단계 더 발전하는 계기를 맞았다.
2007년에는 '베네시안 마카오 리조트 호텔 카지노'를 비롯해 '그랜드 리스보아', '크라운 마카오', 'MGM 그랜드 마카오' 등이 잇따라 개장해 마카오는 그야말로 '세계 카지노 자본의 각축장'이 됐다.
마카오는 2006년 69억달러의 카지노 매출액을 기록, 65억달러의 매출액에 그친 라스베이거스를 제치고 세계 1위의 카지노 도시로 올라섰다.
이후 성장을 거듭한 마카오의 카지노 매출액은 지난해 376억 달러(약 44조원)에 달해 119억 달러(약 14조원)에 그친 라스베이거스의 3배를 넘어섰다.
◇ 세수 80% 카지노에 의지…'경기변동·정책 리스크'에 취약
카지노 산업의 폭발적 성장에 힘입어 마카오 경제는 2000년대 내내 10%에서 30% 사이를 오가는 고도성장을 누렸다. 2004년 성장률은 29.4%, 2007년 성장률은 32.0%에 달할 정도였다.
하지만 2010년대 들어 사정은 달라졌다.
2012년 말 집권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당과 군, 행정부에서 전면적인 '반부패 사정' 운동을 전개했고, 마카오 카지노의 '큰손' 노릇을 해온 당 간부와 고위 관료의 도박을 엄격하게 단속했다. 마카오 카지노 산업에는 갑자기 들이닥친 한파와 같았다.
2014년 마카오 카지노 매출은 전년보다 2.6% 줄었고, 2015년에는 매출 감소 폭이 무려 34.3%에 달했다. 2016년에도 2.9% 줄어 3년 연속 매출 감소를 기록했다.
2017년과 지난해에는 성장세로 돌아섰지만, 올해 들어서는 미·중 무역전쟁, 홍콩 시위 사태 등의 영향으로 다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전망이다.
이는 마카오 경제에 고스란히 영향을 미쳐 마카오의 GDP 성장률은 2014년 -1.2%, 2015년 -21.5%, 2016년 -2.1%, 2017년 9.1%, 지난해 4.7%, 올해 1∼3분기 -3.5% 등 극심한 변동을 겪고 있다.
더구나 카지노를 통한 관광객 유입과 막대한 외화 수입에 군침을 흘리는 아시아 각국이 너나 할 것 없이 카지노 건설에 뛰어들면서 마카오의 아성이 위협받고 있다.
싱가포르가 2010년 '마리나베이 샌즈 리조트'와 '리조트 월드 센토사'에 카지노를 개설한 데 이어 말레이시아, 필리핀, 베트남, 일본 등이 잇따라 카지노 산업을 합법화하거나 확장하고 있다.
일본은 지난해 7월 내국인들의 카지노 출입을 허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의 통과로 일본이 마카오에 이어 아시아의 두번째 카지노 산업 중심지가 돼 마카오를 위협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홍콩 카지노 그룹인 선시티 홀딩스는 올해 초 베트남에서 대규모 카지노 건립에 착수했다. 지금껏 'VIP'로 불리는 큰손들을 독점했던 마카오 카지노가 강력한 라이벌을 만나게 된 셈이다.
이러한 상황은 마카오 정부에 근심으로 다가오고 있다.
카지노 산업에서 발생하는 세수가 전체 세수의 80%를 차지할 정도로 카지노 산업에 대한 재정 의존도가 높은 데다, 카지노 관련 종사자가 전체 고용의 21%에 이를 정도로 일자리 의존도 또한 크기 때문이다.
경기 변동과 정책 리스크, 경쟁 격화에 취약한 카지노 산업의 약점이 고스란히 마카오 경제의 약점으로 전이됐다고 할 수 있다.
마카오 정부는 특단의 대책에 착수했다. 바로 카지노 산업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산업 다각화를 이루는 것이다.
◇ "도박꾼 아닌 가족관광객 유치"…컨벤션·금융산업도 집중 육성
마카오 정부의 야심 찬 산업 다각화 정책의 첫 단계는 바로 '가족 관광'의 활성화에서 시작된다.
마카오 하면 '도박 도시'를 떠올릴 정도로 카지노 이미지가 강하지만, 이제는 카지노 중심에서 벗어나 연인이나 가족 단위 관광객들이 와서 편안하게 휴가를 즐기는 '휴양 중심 도시'로 탈바꿈시키겠다는 얘기이다.
마카오관광청은 "성바오로 성당 등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25곳의 문화 유적, 총 4만여 개 객실을 보유한 112개 호텔, '유네스코 미식 창의 도시'로 선정될 정도로 폭넓은 미식 체험 등이 가족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여기에 더해 연초 춘제(春節·중국의 설) 퍼레이드, 9월 국제 불꽃놀이 경연대회, 11월 마카오 그랑프리, 12월 쇼핑 페스티벌 등 일 년 내내 이어지는 이벤트와 볼거리를 제공하고자 힘쓰고 있다.
이는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둔 것으로 보인다.
마카오를 찾는 우리나라 관광객의 수는 2010년 33만 명, 2012년 44만 명, 2014년 55만 명, 2016년 66만 명, 2017년 87만 명으로 급격히 늘고 있는데, 이를 주도하는 것은 바로 '호캉스'(호텔+바캉스)를 즐기려는 가족 단위 관광객이다.
마카오 정부는 여기서 더 나아가 '마이스(MICE) 산업'의 육성에 승부를 걸고 있다.
MICE는 회의(Meeting), 포상관광(Incentives), 컨벤션(Convention), 이벤트와 전시(Events & Exhibition)의 머리글자를 딴 것으로, 미국 라스베이거스가 마이스 산업에 성공한 대표적 도시로 꼽힌다.
마카오 정부는 고급 리조트와 쇼핑몰, 대규모 공연장 등을 갖춘 마카오야말로 국제 전시회, 학술행사, 대규모 기업 행사, 수학여행 등을 치를 최적의 관광 도시라고 내세우며 마이스 산업 육성에 공을 들이고 있다.
정종현 마카오한인회 부회장은 "최근에도 한국에서 온 1천200여 명의 기업 단위 방문객이 마카오에서 행사를 치르고 관광을 즐기고 갔다"며 "수천 개의 객실을 보유한 호텔이 즐비한 마카오가 이러한 대규모 관광객을 수용하기에 안성맞춤이라는 것은 맞다"고 말했다.
나아가 마카오 정부는 중앙정부의 전폭적 지원 아래 마카오 증권거래소 건립, 역외 위안화 증시 개설 등 금융산업을 적극적으로 발전시킨다는 복안을 갖고 있어, 마카오가 카지노 일변도에서 벗어나 야심 찬 다각화 전략에 성공할지 주목된다.
ssah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