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다수 국회, 내달 의장 선거 앞두고 '자구책'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베네수엘라 국회가 의원들이 회의장에 나오지 않고도 원격으로 토론과 표결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야당 의원들의 상당수가 국외 망명 중이거나 도피 중이어서 출석할 수 없다는 상황을 고려한 자구책이다.
17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야당 다수로 구성된 베네수엘라 국회는 의원들이 자신의 위치를 공개하지 않은 채 온라인을 통해 입법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규정을 바꿨다.
베네수엘라 '임시 대통령'을 자처하는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은 이 조치가 야당이 국가를 재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는 베네수엘라에서 유일하게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에 장악되지 않은 기관이다.
마두로 대통령은 야당 다수 국회를 무력화하고 입법권까지 장악하기 위해 지난 2017년 국제사회의 반발 속에서도 제헌의회를 만들었다.
마두로 정권은 제헌의회와 대법원을 통해 국회 소속 야당 의원들에 잇따라 반역 등의 혐의를 씌워 면책특권을 박탈했다.
제헌의회는 전날에도 야당 의원 4명의 면책특권을 박탈했고 대법원은 이들에 대한 재판을 개시했다.
이들을 포함해 올해에만 기소된 야당 의원들이 23명에 달한다.
정권의 타깃이 된 의원들은 체포를 피해 해외로 도피하거나 베네수엘라 내 외국 대사관 등에 몸을 피했다.
AP통신에 따르면 현재 야당 국회의원 112명(의원 정수 167명) 중 30명가량이 도피 중이다.
야당 의원들이 출석하지 못하면 당장 내년 1월 5일로 예정된 의회 선거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과이도 의장이 계속 의장직을 수행하기 위해선 야당 의원들의 표가 필요하기 때문에 원격 표결이라는 자구책을 들고나온 것이다.
이날 국회의 친(親) 마두로 의원들은 이번 조치가 위헌이라고 반발하며 대법원에 문제를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mihy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