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거듭된 '초유의 경영공백'…'재판부 숙제' 마련에 부심

입력 2019-12-18 16:31   수정 2019-12-18 16:48

삼성, 거듭된 '초유의 경영공백'…'재판부 숙제' 마련에 부심
'위기 극복' 드라이브 중 이사회 의장·부사장 또 구속
'뇌물 요구 거절할 답' 등 준법경영 강화 방안 마련 중

(서울=연합뉴스) 김영신 기자 = 삼성이 이재용 부회장에 이어 2인자 격인 이상훈 이사회 의장까지 구속되는 초유의 사태를 맞이하며 재판부로부터 요구받고 있는 '숙제'에 대한 부담이 한층 커졌다.
이 부회장은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태 당시 뇌물 등 혐의로 2017년 2월 구속기소 됐다가 지난해 2월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난 바 있다.
삼성은 8월 29일 '국정농단' 원심판결을 고등법원으로 돌려보내는 대법원판결 직후 "그간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대단히 송구스럽다"며 "앞으로 과거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기업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겠다"는 사과문을 발표했다.
당시 사과문은 이 부회장 수사·재판과 관련한 첫 공식 입장으로 '정경유착'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털고 일신하려는 각오를 드러낸 것이었다.
이후 이 부회장의 각종 현장경영 행보와 대규모 투자 발표 등을 통해 위기 극복에 박차를 가하던 시점이었다.

그러나 국정농단 사건 관련 혐의가 다시 파기환송심으로 넘어가며 법적 불확실성이 채 가시지 않은 가운데 또다시 핵심 경영진들이 무더기로 유죄선고를 받자 삼성 내부는 충격에 빠진 분위기다.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이 18일 '노조 와해'와 관련해 발표한 사과문은 8월 사과문 이후 넉 달 만에 나온 것으로 심각한 내부 기류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재계 안팎의 관심은 이 부회장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요구한 '숙제' 결과에 쏠린다.
이 부회장 재판과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혐의 재판에 이어 노조 와해 재판까지 줄줄이 이어지는 지금이 대내외에 '확실한 일신'을 보여줘야 하는 시점이라는 평가가 대체적이다.
시기적으로 삼성이 최근 이 부회장 파기환송심 재판부로부터 '숙제'를 받고 준비하는 상황이어서 현 국면에 대응하는 모종의 방안을 머지않아 내놓지 않겠느냐는 예상이 나온다.
삼성이 요구받은 숙제는 크게 두 줄기다.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부장판사)는 10월 25일 열린 이 부회장 파기환송심 1차 공판에서 ▲ 과감한 혁신 ▲ 내부 준법감시제도 ▲ 재벌체제 폐해 시정 등 3가지를 주문했다.
재판부는 이건희 회장의 과거 '삼성 신경영 선언'과 미국 연방양형기준 제8장, 미국 대기업들의 준법감시제도 등 구체적 예시를 들며 "만 51세 이재용 총수가 해야 할 선언이 무엇일지 고민하라"고 주문했다.

미국 연방양형기준 제8장은 준법감시제도를 철저히 운영하는 기업은 구성원이 범죄에 연루됐을 때 참작해주는 내용이다. 삼성은 현재 법무팀을 중심으로 관련 방안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숙제는 "정치 권력으로부터 뇌물 요구를 받더라도 응하지 않을 그룹 차원의 답"이다. 지난 6일 3차 공판 때 재판부가 이같이 요구하며 4차 공판이 열리는 내년 1월 17일 전까지 답변을 가져오라고 했다.
삼성이 이 숙제들을 준비하는 와중에 노조 와해 1심에서 삼성전자 이상훈 이사회 의장과 강경훈 부사장이 법정 구속되는 사태가 터진 만큼, 일련의 사태들을 추스르기 위해 포괄적인 메시지를 숙제에 담아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삼성은 이날 발표한 공식 사과문 외에는 극도로 말을 아끼는 모습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상훈 의장 구속으로 2017년 초 발표한 쇄신안의 핵심인 이사회 중심 경영 방침 자체에 금이 간 상황"이라며 "늦어지고 있는 연말 정기인사, 이사회, 재판 등이 유기적으로 엮여있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결과물을 내놔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shin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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