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 사형수 4명 형 집행 길 열려…피해자 측 "법원 결정에 행복"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인도 대법원이 2012년 '뉴델리 여대생 버스 성폭행·살해 사건'과 관련해 사형 판결 재검토 청원을 기각했다.
18일 힌두스탄타임스 등 인도 매체에 따르면 대법원은 이날 사형수 아크샤이 타쿠르가 제출한 청원을 검토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대법원은 "사형 선고를 재검토할 이유를 찾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날 타쿠르의 변호사인 AP 싱은 "사형은 원시적인 처벌 수단"이라며 "판사가 여론에 굴복했다"고 말했다.
타쿠르는 아울러 청원서에서 "뉴델리의 공기는 가스실 같고 물도 독으로 가득하다"며 "어차피 수명이 줄어들고 있는데 사형 집행이 왜 필요한가"라는 황당한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타쿠르에 앞서 공범 사형수 3명의 청원도 이미 기각된 상태라 이제 형 집행만 남게 됐다. 인도에서는 2013년 이후 사형 집행이 이뤄지지 않았다.
피해 여성의 어머니는 이날 대법원의 결정에 대해 "매우 행복하다. 4명 모두 곧 사형당하리라고 확신한다"며 "정의를 위해 한발 더 나아가게 됐다"고 말했다.
뉴델리 여대생 버스 성폭행·살해 사건은 성폭행이 만연함에도 이를 외면하던 인도 사회에 경종을 울렸다.
당시 뉴델리 남부 번화가에서 남자 친구와 함께 영화를 본 뒤 귀가하고자 버스에 탄 여대생이 6명에게 집단 성폭행당했다.
범인들은 성폭행 후 여대생의 신체를 잔인하게 훼손했고 여성은 결국 13일 뒤 숨졌다.
이와 관련해 4명이 사형 선고를 받았고 다른 1명은 교도소 내에서 숨졌다. 또 다른 공범 1명은 범행 당시 미성년자였다는 이유로 3년의 소년원 구금을 마치고 풀려났다.
인도에서는 이 사건 후 성범죄 관련 형량이 강화됐지만 2017년에만 3만3천658건의 강간 사건이 신고될 정도로 관련 범죄는 여전히 범람하는 상황이다.
이달 초에는 증언차 법원에 가던 성폭행 피해자가 피의자들로부터 불태워져 중상을 입은 끝에 사망했고, 여성이 집단 성폭행을 당한 뒤 불태워져 사망한 사건도 하이데라바드, 비하르, 트리푸라 등에서 잇따라 발생했다.
이에 야권 지도자인 라훌 간디는 "인도가 세계의 강간 수도(the rape capital of the world)로 알려지게 됐다"고 탄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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