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노버홀딩스 회장 퇴임 공식발표…"성공이든 실패든 경험은 교훈"
마윈 이어 1세대 中 IT 거물 또 은퇴…50세 닝민 후임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세계 최대 PC 제조사로 성장한 중국 레노버를 창업한 류촨즈(劉傳志·75) 회장이 퇴임 계획을 공식 발표했다.
레노버의 모회사 레노버홀딩스는 18일 류 회장이 이달 31일 부로 회장, 이사 등 회사 내 직책에서 물러난다고 발표했다.
류 회장은 퇴임 후 레노버홀딩스의 명예 회장 및 고문 역할을 맡을 예정이다.
류 회장은 이날 레노버홀딩스 임직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산업보국(産嶪報國)은 우리의 초심이자 우리의 바람이었다"며 "이런 바람을 이루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며, 세대를 넘어서는 레노버인의 분투를 필요로 한다"고 밝혔다.
그는 "기업인으로의 삶을 살아가면서 높은 봉우리에 올라도 보았고, 깊은 골짜기로 떨어져 보기도 했다"며 "성공이 되었든 실패가 되었든 경험은 교훈이며, 성장을 위한 학비였다"고 회고했다.
류 회장은 동갑인 화웨이 런정페이(任正非) 최고경영자(CEO)와 더불어 중국 IT업계를 대표하는 1세대 창업자다.
그의 퇴진은 알리바바 마윈(馬雲·55) 전 회장의 '조기 은퇴'에 이어 또 한 명의 중국 IT 거물의 퇴장이기도 하다.
류촨즈는 지난 2011년 11월 사업 법인인 레노버 회장에서 물러나 지주회사인 레노버홀딩스 경영에 집중해왔다.
류 회장의 자리는 현 레노버홀딩스 수석부총재 겸 최고재무책임자(CFO)인 닝민(寧旻·50)이 맡는다.
국가 연구 기관인 중국과학원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던 류 회장은 중국의 개혁개방 초기인 1984년 레노버의 전신인 신기술발전공사를 세워 세계 최대 PC 업체를 키워내는 신화를 썼다.
레노버는 거대한 자국 시장에 안주하지 않고 글로벌 시장에 나아가 성공한 첫 중국의 IT 브랜드이기도 하다.
외국 전자제품 회사의 주문을 받아 소형 전자제품을 만들던 레노버는 독자 브랜드로 PC 시장에 뛰어들어 중국 시장을 석권했다.
이어 IBM의 PC 부문을 인수하는 등 공격적인 인수합병을 통해 휴렛팩커드(HP)를 제치고 세계 정상급 PC 제조업체로 도약했다.
류촨즈는 중국의 개혁개방 이후 급성장한 IT 분야의 민영 기업을 대표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후발 IT 업체 경영자들에게 자금을 대주고 노하우를 적극적으로 전수해 '중국 IT 업계의 대부'로도 불렸다.
중국 'PC 신화'의 주역인 류 회장이 물러나면서 회사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는 일은 후임자들의 몫이 됐다.
레노버의 주력 사업 분야인 PC는 스마트폰, 태블릿PC 등에 비해 이익률이 매우 낮다는 점에서 회사의 발전을 위해 새로운 성장 동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레노버는 스마트폰 보급이 불러온 모바일 혁명 시대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면서 화웨이(華爲), 알리바바(阿里巴巴), 바이두(百度), 텐센트 같은 신예 기업들에 중국을 대표하는 IT 기업의 자리를 사실상 내줬다.
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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