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세력 진압에 이란 큰 역할…정권 불안해지면 국경서 IS 재부상 가능"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이란이 붕괴하면 테러조직 이슬람국가(IS)가 부활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한 미국 시사 잡지 뉴스위크의 27일자 표지 기사를 두고 논란이 뜨겁다.
뉴스위크는 '이란이 붕괴하면 ISIS(IS의 옛이름)이 다시 부상할지도 모른다'라는 제목에서 이란이 극단주의 수니파 테러조직 IS 세력을 진압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면서 이란을 적대하는 미국 주류 언론의 시각과 다른 다소 도발적인 분석 기사를 실었다.
중동과 북한 전문가로 분류되는 톰 오코너는 이 기사에서 IS가 본거지인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세력이 급격히 위축됐지만 잔당이 여전히 부활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오코너는 IS가 시아파를 이교도로 보고 이들을 '청소'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수니파 극단주의를 추구하는 만큼 시아파 국가 이란은 종교적 이유뿐 아니라 생존의 필요 때문에 IS와 전선에 적극적으로 나섰다고 평가했다.
이란 역시 2017년과 지난해 IS가 배후를 자처한 일당이 테헤란과 아흐바즈에서 벌인 테러의 피해국이기도 하다.
이란 당국은 남서부, 남동부 국경 지대를 근거지로 한 아랍계 수니파 분리주의 무장조직과 IS가 결탁하지 못하도록 각별하게 경계한다.
이란이 시리아와 이라크의 시아파 민병대를 지원하면서 IS 소탕전에 큰 역할을 한 것은 사실이다. IS와 맞서는 전장에서만큼은 적성국인 미국과 이란이 뜻하지 않게 한 편이 된 셈이다.
이런 역할을 했던 이란 정권이 붕괴하면 IS를 강하게 압박했던 힘이 약해질 것이라는 게 이 기사의 골자다.
국제 전문 온라인 잡지 인터내셔널리뷰의 시무스 말렉카프잘리 평론가는 뉴스위크에 "(이란 정권이 불안해져) ISIS가 이란 국경지대의 산악, 황무지에 교두보를 마련한다면 미국이 이들을 소탕할 수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미국 싱크탱크 랜드(RAND)연구소의 애리앤 타바터버이 연구원은 "(이란 정권이 약해지면) 국경지대의 아랍계 분리주의 세력이 활발해져 이란이 시리아처럼 종파 대결에 휘말릴 수 있다는 시각이 있다"라며 "시리아의 교훈은 이란 국민이 정권이 붕괴하도록 노골적으로 압박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다"라고 분석했다.
뉴스위크는 "IS는 통상 견고한 정부의 통치가 없는 곳에서 세력을 확장했다"라며 "미국의 '최대 압박'에도 이란 정권이 붕괴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고, 이는 미국에도 꼭 나쁜 일만은 아니다"라고 해설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적대 정권이 붕괴했을 때 대규모 난민, 더 강한 적의 등장에 따른 값비싼 군사 개입 등 후폭풍을 치러야 했다"라며 "이라크와 시리아, 리비아를 합한 것보다 인구가 더 많은 이란이 붕괴한다면 더 큰 부작용이 일어나고 ISIS와 지하 무장조직에 활동 무대를 제공할 수 있다"라고 전망했다.
이어 "미국의 제재로 이란 경제가 어려워지고 이란의 보수와 개혁 진영의 정치적 갈등이 벌어진다면 ISIS에 이란의 붕괴를 계속 노리도록 하는 확실한 동기를 부여하게 될 것이다"라고 우려했다.
이 기사에 대해 이란이 비록 미국의 적성국이지만 IS 문제에 대해서만은 존재와 역할을 현실적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평가와 미국의 주장대로 인권을 유린하고 테러를 지원하는 이란을 궤변으로 옹호했다는 비판이 엇갈리고 있다.
특히 이란에 매우 적대적인 서방의 보수 논객은 뉴스위크에 대한 비난을 쏟아냈다.
이스라엘에서 활동하는 중동 전문가 세스 프란츠만은 자신의 트위터에 "이번 뉴스위크 표지 기사는 화나고, 충격적이고, 역겹다"라는 글을 올렸다.
미국 보수 싱크탱크 민주주의수호재단(FDD)의 선임 연구원 알리레자 나데르도 "뉴스위크는 이 기사가 얼마나 정치적으로 선동적인지 알고는 있는 건가. 이 기사는 기본적으로 이란을 보전해야 한다는 주장을 옹호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h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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