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형법상 최장 40년 복역…경찰관 등 공범 15명에도 최고 징역 10년
(하노이=연합뉴스) 민영규 특파원 = 필리핀 남부 마긴다나오주(州)에서 2009년 무려 57명의 목숨을 앗아간 최악의 정치테러 사건의 핵심 피고인들에게 10년 만인 19일 법정 최고형인 종신형이 선고됐다.
필리핀 메트로 마닐라 케손시 지방법원은 이날 살인 혐의로 기소된 안달 암파투안 2세 등 피고인 28명에게 종신형을 선고했다고 일간 필리핀스타 등 현지 언론이 전했다.
사형제도가 없는 필리핀에서 법정 최고형인 종신형은 가석방 없이 최장 40년간 복역하도록 규정돼 있다.
재판부는 이어 범행에 가담한 당시 경찰관 등 15명에게 징역 6년에서 10년 8개월의 중형을 선고했다.
그러나 암파투안 집안의 유력 인사 2명과 다수의 경찰관을 포함해 피고인 50여 명에는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또 피해자가 58명이라는 당시 경찰의 발표와 달리 시신이 57구만 발견된 점을 고려해 피해자를 57명으로 확정했다.
이 사건은 2009년 11월 23일 마긴다나오주 주지사 선거에 도전한 이스마엘 망우다다투의 후보 등록을 위해 차를 타고 이동하던 가족, 지지자와 32명의 취재기자 등 모두 57명이 200명에 달하는 무장 괴한의 총격을 받아 숨진 뒤 집단 매장된 일이다.
당시 주지사였던 안달 암파투안과 자식들이 정적을 제거하기 위해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한 것으로 필리핀 검찰 수사에서 드러났다.
마긴다나오주를 수십년간 통치한 암파투안 집안이 당시 암파투안 타운 시장이던 안달 암파투안 2세를 2010년 주지사 선거에 내보낼 계획이었는데 망우다다투의 등장으로 거센 도전을 받게 되자 이 같은 일을 꾸민 것으로 알려졌다.
용의자 197명 가운데 117명이 체포됐고, 이 가운데 101명이 기소돼 재판을 받아왔다.
학살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암파투안은 2015년 사망했다.
사건 발생 당시 망우다다투는 다른 유세 현장에 있었던 덕분에 화를 면했고, 2010년 선거에서 마긴다나오주 주지사로 당선됐으며 현재는 이 지역 출신 하원의원이다.
이날 법원 주변에는 중무장한 경찰이 집중적으로 배치돼 삼엄한 경계 태세를 유지하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지난 10년간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최소 3명의 목격자가 살해됐고, 피해자 변호인이 살해위협을 받거나 변호를 포기하면 거액을 주겠다는 회유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휴먼라이츠워치(HRW) 등 국제인권단체는 필리핀 정부에 도피 중인 용의자 80명의 신속한 검거를 촉구했다.
youngky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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